시네아스트 장률의 11번째 마스터피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오랜 지인이던 남녀가 갑자기 함께 떠난 군산 여행에서 맞닥뜨리는 인물과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남녀 감정의 미묘한 드라마를 세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장률 감독은 첫 장편 <당시>(2004)로 로카르노영화제, 밴쿠버영화제, 런던영화제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된 것에 이어 두 번째 장편 <망종>(2005)이 칸영화제 비평주간에서 수상하며 국내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데뷔작부터 국내외 유수 평단 및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은 그의 작품 세계관은 가히 독보적이다. 특히, 새로운 10년의 첫 시작인 이번 11번째 작품은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리듬을 담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캐릭터 예고편은 묘하게 어긋나는 배우 박해일, 문소리, 정진영, 박소담의 캐릭터의 군산이몽의 순간을 포착해 눈길을 끈다.
송현(문소리)의 말처럼 “하는 짓도 애매하고 하는 말도 애매한” 윤영(박해일)은 “나도 나를 잘 못 믿겠어”라고 말하는 ‘시작하지 않는 남자’다. 흥이 올라 거위 춤을 추는 모습에서 그의 엉뚱한 매력이 넘쳐난다. 목적지도 없이 맴도는 윤영과 달리, 송현은 다시 ‘시작해야 하는 여자’다. 윤영과 여행을 떠난 군산의 한 민박집에서 이 사장(정진영)과의 시작을 꿈꾸는 송현은 그가 상처주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적극적으로 시작하려는 송현에게 자신을 “옛날 사람”이라 말하는 이 사장은 과거에 머물러 ‘시작하지 못 하는 남자’다.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 자폐증을 앓는 민박집 딸, 주은(박소담)은 CCTV로 윤영을 훔쳐보다 이미 홀로 ‘시작해버린 여자’다. 어느 날, 방에서 나와 윤영 앞에 선다. 그리고 이 모든 시작 이전의 기억, “혹시 군산 가봤어요?”라며 너털 웃음을 터트린 서울에서의 윤영과 송현의 모습으로 마무리되며, 낯선 듯 익숙한 꿈과 같은 4인의 운율 속에서 기억을 어루만지는 여행이 다시금 시작될 것을 예고한다.
박해일, 문소리, 정진영, 박소담 네 배우의 군산이몽의 시작을 포착한 캐릭터 예고편 공개로 더욱 주목받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오는 11월 8일 개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