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330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기관의 정규직 전환율은 목표치의 23.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330개 기관의 비정규직은 14만7,925명으로 이 중 8만4,355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상황이다. 그러나 실제 전환된 인력은 3만5,025명에 불과하다. 특히 10만명에 달하는 파견·용역 직원의 경우 전환 결정 인원(5만9,310명) 중 절차가 완료된 비율이 14%에 그쳤다. 파견·용역직의 낮은 전환율은 정부의 애매한 가이드라인이 초래했다. 4만6,748명인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직접 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파견·용역직에 대해서는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자회사 등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라’고 사실상 공을 기관에 넘긴 것이다. ‘자회사 아닌 공공기관 직고용’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정원이 한정된 기관은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는 파견·용역 9,202명 중 7,762명을 정규직으로 바꾸기로 했지만 전환율은 4%(320명)에 그친 상태다. ‘예외 없는 직고용’ 요구에 정규직화 협상이 난항을 겪는 탓이다. 추 의원은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전문가 컨설팅을 만들었지만 노조가 버티는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정부의 성급한 정책 추진에 피해는 공기관이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공기업이 무리수를 두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전문(계약)직에게 정규직 전환을 이유로 직급과 호봉을 낮출 것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과 호봉 강등을 거부한 직원은 계약 만료를 사유로 해고까지 당했다. 특히 해당 직원이 소송 끝에 지난 7월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지만 코레일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은 “전문(계약)직의 재직기간 편차가 크게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해당 직원을 일괄 1직급 강등시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해고했다”며 “정규직 전환 부담에 코레일 인사위원회가 심의를 부실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송주희·송종호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