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황제 보석’으로 논란을 빚은 이호진(56·사진) 전 태광(023160)그룹 회장이 대법원의 두 번째 파기환송 판결로 또 구속을 피하게 됐다.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를 받은 최유정 변호사와 이미경 CJ(001040)그룹 부회장 퇴진을 강요한 혐의를 받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의 일부를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조세포탈 혐의는 다른 죄와 분리해 선고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회장은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생산품을 빼돌려 거래하는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법인세 9억3,000만여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1·2심은 공소 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횡령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환송 뒤 다시 치러진 2심에서는 횡령액을 재산정해 형량을 다소 줄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세포탈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또 돌려보냈다.
이번 파기환송으로 이 전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계속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는 지난 2011년 1월 구속기소됐으나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63일 만에 구속집행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이 허락돼 잇딴 실형 판결에도 지금껏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자택과 서울아산병원에만 거주해야 한다는 보석 조건을 어기고 건강하게 활보 중이라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에는 술집과 떡볶이집을 드나들며 흡연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법조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에 개입하는 등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 변호사는 징역 5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 미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수석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은 ‘후배 격려 목적’이 인정돼 하급심대로 무죄가 확정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