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경기진단-미국]"연준, 美 경기침체 불지폈다"...빠른 금리인상에 커지는 비판

인플레 우려 등 잠재우기 위해
2017년부터 여섯 차례나 올려
기업투자·소비심리 위축 초래
내년까지 3~4번 추가인상 예고
연준 금리정책 논란 확산될 듯


미국 뉴욕증시가 이달 들어 크게 요동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경기침체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비판론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늘어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 효과도 소멸하기 시작하는 상황에 가파른 금리 인상이 미국 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미국 경기는 이미 추가 부양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해 미 경기와 연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연준은 지난 2008부터 2015년까지 8년간 두 차례 인상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를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여섯 차례나 올렸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반대론의 논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경기침체의 신호로 간주되는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격차(수익률 커브)가 평탄해지자 시장이 이를 부정적 시그널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이는 24일 기준으로 26bp(1bp=0.01%)까지 좁혀졌다. 2007년 8월 이후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과거 경기침체나 성장둔화 경험에서 관측됐던 이 같은 징후는 시장에 향후 경기 급락에 대한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다. 그레이엄 테일러 라보방크 전략가는 “우리는 연준이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를 침체로 밀어 넣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몇 년 안에 미국의 경기침체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금리 인상이 빨라지며 미 경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시장이 붕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9월 신규 주택 판매는 시장의 예상 이상으로 줄어 2016년 12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린지 피그자 스티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흐름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최악의 경기침체를 초래했던 미 주택시장 붕괴의 흐름과 닮았다”며 빠른 금리 인상 속도가 주택시장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경기호황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잠재우기 위해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것이 오히려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심리 위축, 부동산 급랭 등 악순환을 야기하며 경기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이 시사한 대로 내년까지 3~4회의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져 내년 말 기준금리가 3.25%까지 오르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페이든라겔의 로빈 크레스웰 매니징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일회성 효과가 잦아들고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본격화되면 내년부터 미국 경기둔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미국 경기침체에 불을 지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연준 내부의 기조처럼 ‘점진적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라 나온다. 로버트 캐플런 미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논평에서 “연준은 점진적으로 (경제에 대한) 가속을 완화해야 한다”며 “우리는 더 이상 경제를 부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연준이 중립금리에 도달하기까지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이상적 금리 수준이다. 앞서 라파엘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전날 루이지애나주 연설에서 “미 경제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지원 없이도 자립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잘 돌아가고 있다. 가스페달(액셀러레이터)에 발을 계속 올려놓을 이유가 거의 없다”며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강조했다.

또 연준 내부적으로 금리를 올려 달러를 회수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정도로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강력한 경제성장과 견고한 노동시장, 목표치에 근접한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할 때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4% 수준이고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 2%에 가까워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한동안 지속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내부적으로 멈춰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미중 무역전쟁 등 외부적 우려에 대한 연준의 대처가 빠르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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