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연구진과 태웅메디칼이 개발한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가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구조물이 달린 그물 모양의 원통형 스텐트(금속망)를 접혀진 상태로 사타구니 정맥을 통해 밀어넣은 뒤 자동우산처럼 펼쳐(직경 2.8㎝) 고장난 판막을 대체하는 제품이다.
서울대병원은 김기범·김용진·임홍국 교수팀과 태웅메디칼이 개발한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가 선천성 심장질환자 21명(만 12세·몸무게 30㎏ 이상)을 대상으로 한 2년 간의 임상시험에서 우수성·안전성을 입증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특히 돼지의 심낭 조직을 여러 단계에 걸쳐 특수처리한 인공판막은 면역거부반응이 ‘제로’에 가까워 이식받은 환자가 면역억제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연구 결과가 지난 6월 미국심장학회 학술지 ‘혈액순환, 심혈관 중재시술’(Circulation, Cardiovasc intervention)에 발표된 이후 유럽·일본·대만·홍콩 등지에서 상용화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인공판막 특허를 이전받은 태웅메디칼이 자체 스텐트 기술과 결합해 제품화했는데 성능, 시술, 10년 뒤 재시술 편의성 등에서 임상시험 중인 중국·미국 기업의 것보다 한수 위에 있다”며 “태웅메디칼이 유럽·일본·홍콩 등 진출에 필요한 유럽 인증(CE)을 받기 위해 다음 달 유럽 6개국 11개 소아심장센터와 협의, 내년 초부터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폐동맥판막이 고장나면 잘라낸 뒤 인공판막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했다. 이어 인공판막의 수명(10~15년)이 다하면 풍선형 인공판막으로 대체하는 시술을 했다. 미국 메드트로닉사 제품으로 사타구니 정맥을 통해 접힌 상태의 폐동맥 인공판막과 스텐트를 밀어넣은 뒤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어 펼쳐 고정시킨다. 10여년 전 유럽·미국에서 상용화돼 전 세계에서 약 1만5,000명에게 이식됐다. 인공판막만 3,000만원, 삽입 기구까지 합하면 4,500만원 수준으로 매우 비싼데다 폐동맥 직경 2.2㎝ 이하 환자(전체의 15%)에게만 이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풍선 없이 스스로 펼쳐지는 직경 2.8㎝ 제품에 대해 시판허가를 받았고 3.2㎝ 제품도 개발돼 있어 직경이 작은 풍선확장형보다 적응증이 4배가량 클 것“이라며 ”수명이 다한 10~15년 뒤 새 제품으로 교환하는 시술을 할 때도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가격도 미국산 풍선형 제품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부담이 줄고 상당한 수입대체 및 수출도 기대된다. 식약처 허가로 대만 수출은 이미 가능해졌다.
온몸을 돌고 심장으로 돌아온 혈액은 폐동맥을 거쳐 폐에서 산소를 충전한다. 그런데 심장과 폐동맥의 경계에 있는 판막이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역류가 일어나고 오른쪽 심장이 무리해가며 더욱 강하게 펌프질 하느라 비대해지고 심하면 호흡곤란·현기증·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선천성 심장질환자의 6% 안팎은 우심실 비대, 폐동맥 입구가 좁거나 좌우심실 중간벽에 구멍이 나는 등 네 가지 문제(팔로 4증후·Tetralogy of Fallot)가 겹쳐 폐에서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입술·손발톱 등이 푸른 빛을 띄고 숨을 가쁘게 쉬거나 실신까지 하는 청색증이 오기 쉽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