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 비상등 켜진 한국경제, 결국은 투자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에 따르면 2·4분기에 이어 또다시 0.6% 성장하는데 머물렀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 것은 물론 전년동기 대비로 따져도 2% 성장률에 그쳐 9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다가는 0%대 분기 성장률 기조가 굳어지면서 올해 연간 성장 목표치인 2.7%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은 역시 투자였다. 설비투자가 직전 분기에 비해 4.7% 감소해 5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건설투자도 6.4%나 급감해 투자쇼크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나마 수출만 3.9% 늘어났을 뿐 모든 경제지표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현장의 아우성이 뒤늦게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법인세 인상과 각종 준조세 부담으로 투자 여력이 급격히 줄어든데다 반기업정서와 부동산 규제마저 겹치면서 성장을 이끌어낼 기업 투자 자체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 경제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앞으로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증시가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공세로 추락하는 것도 미래 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화학 등 한국 증시를 이끌었던 간판업종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는데다 반도체마저 고점 논란에 휩싸였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초래한 불확실성이 국내는 물론 해외투자가들의 발길까지 돌리게 만든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올해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혁신성장이라고 내놓는 대책은 재정을 풀어 공공 부문의 위세를 키우는 것 일색이다. 정부는 0%대 성장률이 고착되지 않도록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한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보완해야 할 것은 근로시간 단축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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