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의 성급한 정책 추진과 애매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일선 현장의 갈등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조건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민주노총과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요구에 공공기관이 난색을 보이면서 330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율은 20% 대에 머문 상태다.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사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330개(2018년 신규지정 8곳 제외, 지정취소 1곳 포함)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기관의 정규직 전환율은 목표치의 23.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330개 기관의 비정규직은 14만 7,925명으로 이중 8만 4,355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상황이다. 그러나 실제 전환된 인력은 3만 5,025명에 불과하다. 특히 10만 명에 달하는 파견·용역 직원의 경우 전환 결정 인원(5만 9,310명) 중 절차가 완료된 비율이 14%에 그쳤다. 파견·용역직의 전환율이 이처럼 떨어지는 이유는 정부가 애매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4만 6,748명인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직접 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파견·용역직에 대해서는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자회사 등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라’고 사실상 공을 기관에 넘긴 것이다. 직접고용을 외치는 민주노총과 당사자의 요구가 정원이 한정된 기관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는 파견·용역 9,202명 중 7,762명을 정규직으로 바꾸기로 했지만, 전환율은 4%(320명)에 그친 상태다. ‘처우도 일반직 직원들에 맞춰 달라’거나 ‘예외 없이 모든 인원을 직접고용하라’는 요구가 빗발쳐 정규직화 협상이 난항을 겪는 탓이다. 추 의원은 “이해 관계자 간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전문가 컨설팅이나 출장 지원단 등을 만들었지만, 노조가 버티는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정부의 성급한 정책 추진에 정작 피해는 공기관이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