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4세대 항암제’ 시장을 차지하려는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개선한 대사항암제가 가장 앞서가는 가운데 유전체기반항암제와 나노항암제도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며 상용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사항암제 시장은 미국 대학과 의료기관을 주축으로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앞서 미국 하버드대와 MIT공대가 대사항암제 임상 2상에 돌입했고 최근에는 MD앤더슨암센터도 향후 3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항암제 개발에 돌입했다.
대사항암제는 정상 세포에 비해 폭발적으로 세포 분열을 일으키는 암세포의 대사활동을 차단하는 원리다.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거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보다 잘 공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인 반면 암세포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대사물질의 공급을 끊어준다. 이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암세포가 사멸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다.
유전체기반항암제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신약 개발의 화두로 부상한 인공지능(AI)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술과 접목해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해 최적의 항암제를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았던 환자도 이를 활용하면 암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노항암제는 항암 작용이 있는 물질과 나노기술을 결합해 암세포의 깊숙한 곳까지 약물을 침투시키는 항암제다. 아직까지 획기적인 치료제가 없어 방사선 치료에 주로 의존했던 식도암, 자궁암, 림프종, 췌장암 등에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화이자, MSD,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나노항암제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에는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4세대 항암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에서 분사한 뇌종양 치료제 전문기업 이뮤노멧테라퓨틱스는 대사항암제 ‘IM156’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바이오벤처 하임바이오도 ‘NYH81700’의 임상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메콕스튜어메드는 항암 물질의 일종인 ‘튜블리신’에 나노기술을 접목한 위암 치료용 나노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4세대 항암제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대폭 개선한 대신 효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한꺼번에 바꿀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심하고 2세대 표적항암제는 내성 문제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등장한 3세대 면역항암제는 효능과 안전성에서 가장 앞서있지만 환자 중 20~30%에게는 효능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세대 항암제까지 등장하면서 암이 정복 가능한 질병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서 암은 전체 사망원인의 30%를 차지한다”며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대사 항암제에 이어 유전체 기반 항암제와 나노 항암제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 4세대 항암제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