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린이집이 학부모의 아이행복카드를 포함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육료를 부정 사용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원금을 부정수급한 어린이집의 공표대상도 확대된다. 비리 유치원이 어린이집으로 갈아타는 일도 법으로 금지된다.

25일 보건복지부는 중앙보육정책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어린이집 부정수급 등 관리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는 어린이집에 대해서도 지난 22일부터 보조금 부정수급·유용 등 비리가 의심되는 약 2,000곳을 집중 점검 중이다. 이번 방안은 법·제도개선 사항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어린이집 보육료 부정수급·유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 어린이집이 정부로부터 받는 기본보육료는 물론 학부모에게 바우처(아이행복카드) 형태로 지급되는 부모보육료도 보조금과 마찬가지로 목적에 맞는 지출만 하도록 의무화한다. 유용하는 경우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도 할 수 있도록 영유아보육법에 근거를 마련한다.

이제까지 어린이집 보육료는 목적 외 사용 시 처벌 규정이 있는 ‘보조금’과 달리 허위로 지급 받거나 부정 사용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원할 보육료의 금액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 어떤 목적과 용도로 써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부정수급·유용했을 때 규제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 이번에 법이 개선되면 앞으로 정부 지원금을 빼돌린 어린이집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비리 어린이집 공표대상도 지원금 부정수급 규모 300만원 이상에서 1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앞으로 부정수급한 지원금이 100만원 이상이면 지방자치단체와 복지부 홈페이지·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 등에 위반행위·어린이집 명칭·주소·대표자와 원장 이름 등이 공개된다.

어린이집 설치·운영 결격 사유도 강화한다. 앞으로 유치원 시설폐쇄 처분을 받은 경우도 결격 사유에 포함해 비리 유치원이 어린이집으로 갈아타는 경우를 막기로 했다. 시설폐쇄 처분을 받은 유치원 명단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공유해 재개설을 금지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직접조사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 비리나 지자체와의 유착이 의심되는 기관에 대해 매년 100~150곳까지 직접 조사한다. 지금은 연간 15곳 정도에 대해서만 직접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보육진흥원 안에 10명 규모의 조사 지원조직을 확충한다.

이밖에 정원충족률이 50% 이하인 지자체·국가기관·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공동직장어린이집 설치 지원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의무제로 전환하고 어린이집 회계 관리 전문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어린이집 부정수급 관리를 대폭 강화해 어린이집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여나가겠다”며 “안심 보육 환경이 조성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보육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국공립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