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추가인하 압박에...카드사 "고객 혜택 축소"

의무유지 3년→1년 단축 등
당국은 반발 여론에 뒷짐만



금융당국이 자영업자 부담 해소를 명분으로 내년도 카드 수수료율 추가 인하 등에 나서자 카드사들이 업계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카드마케팅을 위해 고객에 지급해온 포인트 혜택 등 부가서비스 축소 허용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수수료 인하로 실적이 급감하자 카드사들이 고객 혜택을 축소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25일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내년도 카드 수수료율을 포함한 카드 수수료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사전 정지 작업으로 범정부 카드 수수료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카드사 임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회의를 주재한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은 카드 수수료율 인하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중소·우대 가맹점 기준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소 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3억~5억원에서 5억~7억원으로, 영세 가맹점은 연 매출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맹점을 확대해 사실상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적이 더 쪼그라들게 되는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추가 인하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고객에게 주는 부가서비스 축소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인트 등 할인 혜택을 포함하는 부가서비스는 카드사 마케팅비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의무유지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달라는 것이다. 카드사는 부가서비스의 약관 변경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카드사는 부가서비스 의무유지기간 3년이 지나면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 축소할 수 있지만 실제 금감원은 2016년 이후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부가서비스 변경을 위한 약관 변경을 한 건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손 처장은 금감원과 협의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고객 반발 때문에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내년에도 카드 수수료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고 실적이 주는 카드사들은 마케팅을 위해 늘렸던 고객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내년 카드 수수료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카드 적격비용(원가)에서 광고비는 물론 접대비까지 제외하라고 지시했다”며 “수수료율을 낮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실제 카드사가 쓴 영업비용 일부를 제외한 것이지만 결국 고객 혜택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소비자 혜택 부메랑으로 이어지면서 애꿎은 고객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카드 수수료 정책을 보면 카드사를 공기업으로 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카드사의 고용 창출에도 저해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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