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위투 사이판 강타, 발 묶인 관광객들 "무서워 장롱에서 밤 샜어요"

사진=연합뉴스

슈퍼 태풍 ‘위투’가 25일(현지시간) 태평양의 미국 자치령 ‘북마리아나 제도’를 강타하면서 사이판 등 유명 관광지가 초토화됐다. 한국인 관광객 약 1천여명의 발도 묶여 언제 섬을 나올 수 있을지 막막한 실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6일 현재 사이판 지역은 사실상 행정마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시간당 최대풍속 290㎞의 강풍을 동반한 위투가 휩쓴 자리에는 집이 날아가고, 정전·단수가 이어지면서 주민과 관광객이 혼란을 겪고 있다.

위투는 하루만에 카테고리 1에서 5로 위력이 급상승했다. 미국 본토나 미국령을 강타한 폭풍 가운데 허리케인 ‘스리’(Three)로 당시 명명됐던 1935년 카테고리 5의 ‘노동절 허리케인’ 이후 가장 강력한 폭풍을 동반해 북마리아나 제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현재까지도 바람이 강력하고 쓰러진 전선 등이 수습되지 않아 당국은 외출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이판공항이 폐쇄되면서 한국인 관광객 1천여명은 섬에 고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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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관광객은 “호텔의 5층 객실 유리창이 깨져 투숙객들이 4층 복도에서 잠을 잤다”며 “한국 관광객 중 일부는 장롱에 들어가 밤을 새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리조트에 이재민들이 몰려들어 호텔 숙박비용도 껑충 뛰어 관광객들은 추가적인 손해가 불가피하다.

다행히 한국인 관광객 중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자녀 동반 관광객이 많이 찾는 리조트인 까닭에 유아용품이 부족하고, 진료가 어려워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고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지 언론은 사이판 국제공항 시설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어 한동안 복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사이판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이 모두 정지됐다고 밝혔고, 티웨이항공은 내달 25일까지 항공편을 전면 중단했다. 제주항공은 고객들에게 사이판 노선과 일부 괌 노선까지 결항한다고 공지했다. 괌 노선은 에어서울도 결항된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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