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 터키 대통령과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인범에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려면 국제 법정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터키가 반대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2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외교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터키 정부는 이 사건을 국제 법정에서 다룰 의도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살인에 연루된 자들은 모두 터키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유력 매체에는, 사우디 요원들이 이번 작전을 수행했고 터키는 사법 독립을 두고 논란이 있는 만큼 국제재판소만이 가해자를 단죄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국제법 전문가의 견해가 실렸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제 법정 설치를 요구하는 의견에 명확하게 반대하면서, “만약 국제적인 수사가 시작된다면 터키가 가진 수사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에 공개된 내용 외에 상세한 정보를 원하는 일부 주체에는 국제법령에 따라 정보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터키에 급파된 지나 해스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카슈끄지의 피살 당시가 담긴 녹음을 들었는지에 관해 차우쇼을루 장관은 “그 질문은 우리 정보 수장에게 해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전날(미국동부 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해스펠 국장이 카슈끄지가 고문당하고 살해되는 순간의 녹음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로이터통신도 익명의 터키 소식통 2명으로부터 해스펠 국장이 문제의 테이프를 확인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앞서 23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소속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 연설을 통해 카슈끄지 사건을 철저하게 규명하려면 치우침 없이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사건이 벌어진 터키에서 재판하자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에 제안했다.
이날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틀 전 에르도안 대통령이 수사정보를 공개하며 사우디를 향해 던진 질문을 반복하며 사우디를 압박했다.
그는 “답변을 들어야 할 질문이 아직 남았다”면서 “누가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는가? 시신은 어디 있는가? 사우디 정부는 살인이 있었다고 시인하면서 시신의 소재를 왜 안 밝히는가?”라고 물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