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초협력사회]전쟁이 인간의 협력 능력을 끌어올렸다

■피터 터친 지음, 생각의 힘 펴냄


고도 300~400km의 지구궤도에서 축구장 만한 크기의 구조물을 조립한 국제우주정거장(ISS). ISS 건설은 인류 우주개발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건 중 하나인 동시에 사람들이 초대형 규모로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ISS는 16개국이 참여한 합작 프로젝트로,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이 정거장을 건설을 위해 모였다. ISS 외에도 전 세계의 빈곤문제를 다루고 식량 안보를 강화하는 국제연합(UN) 등에서도 ‘인간의 협력’이 이뤄낸 업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어떻게 협업 능력을 발전시켜 왔을까. 신작 ‘초협력사회’의 저자 인류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저자 피터 터친은 초사회성(ultra-sociality)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살펴본다. 초사회성은 ‘작은 마을에서부터 도시나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 이상 큰 무리를 지어 낯선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을 말한다. 저자는 “높은 수준의 협력은 평화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유명한 ‘창조적 파괴’에 빗대 전쟁이라는 ‘파괴적 창조’를 거쳐 이뤄졌다”고 말한다.

전쟁이 파괴적 창조의 힘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전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소규모 수렵채집인과 농경마을에서 정교한 통치제도와 복잡하고 매우 생산적인 경제생활로 인간을 탈바꿈시킨 것은 집단 간 경쟁으로, 보통 전쟁의 형태를 띤다”는 것. 저자 역시 작은 수렵채집 무리에서 거대한 국민국가로 바뀌게 한 동력은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쟁과 갈등이라고 말한다. 전쟁에서 지면 경작지를 뺏기고 공동체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기 때문에 경작과 정착은 전쟁을 더욱 격렬하게 만들었다. 한 사회가 생존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진화적 압력이 극심해지면서 더 좋은 무기와 전술이 발달하고, 사회는 견고하게 결속했으며 규모의 확대로 이어졌다.

터친이 전쟁으로 인간사회의 진화를 분석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전쟁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협력의 규모를 키웠고 그렇게 커진 사회 규모로 폭력이 줄면서 궁극적으로 전쟁이 줄어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1만 8,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