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선도 위태] '철옹성' 양매도 ETN도 못 버텼다

박스권장세 안정적 수익 기대
1조 넘게 자금 끌어 모았지만
급락장에 평소 대비 낙폭 10배
불완전 판매 논란에도 휩싸여
일부 증권사는 출시 계획 접어



브레이크 없이 하락하는 증시에 철옹성 같던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도 버티지 못하고 있다. 박스권 장세에 연 5% 안팎의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떠올라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으나 최근 급락장에서 평소 대비 낙폭이 10배 이상 늘어났다. 은행예금의 2배 이상을 준다는 증권가 히트상품에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신중 모드로 돌아섰지만 대형 증권사들이 올해 말까지 관련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나흘째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운 이날 양매도 ETN 종목들 역시 맥을 못 추고 하락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TRUE 코스피 양매도 ATM ETN(570030)’이 0.92%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고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570019)’은 0.52%, ‘TRUE 코스피 양매도 3% OTM ETN(570029)’은 0.86% 하락했다. 코스피 낙폭(-2.05%)에 비하면 선방했지만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양매도 ETN도 급락장에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던 셈이다.


양매도 ETN은 ‘콜옵션(기초지수가 행사가격보다 상승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과 ‘풋옵션(기초지수가 행사가격보다 하락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 둘 다 매도하는 옵션 투자전략을 활용한 지수를 증시에 상장해 만든 상품이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먼저 출시한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은 한 달 뒤 지수가 지금보다 5% 이상 빠지거나 오르지 않으면 수익이 나는 구조다. 지난해만 해도 7개월간 약 1,500억원가량 팔렸으나 올 들어 이 상품을 기획한 한투증권 차장이 올 상반기에만 22억원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은행예금의 두 배가 넘는 연 5~6%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투자자가 급증해 총 자산가치는 최근 1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100% 안전한 투자상품은 존재하지 않았다. 평소 하루 0.05% 정도의 변동 폭을 보인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은 지난 10일 0.89% 하락하는 등 3개월간 수익을 최근 폭락장에서 모두 반납했다. TRUE 코스피 양매도 ATM ETN은 이달 들어 최고가 대비 5.7%나 하락하며 1년 예상 수익을 다 날려버렸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양매도 ETN 수익률이 악화되자 증권사들도 적잖이 고민하는 모습이다. 한투증권의 상품을 대부분 판매한 하나은행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투자자의 절반이 60대인데 고위험 상품이라는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하나은행을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에도 관련 상품 출시는 이어질 예정이다. 다음달 7일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이, 12월에는 KB증권이 양매도 ETN을 출시한다. 반면 최근 급락장에서 원금 손실의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한 대형 증권사는 “고객들의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에 상품 출시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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