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영세 중소기업이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마지막 ‘비빌 언덕’인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도 자금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때아닌 돈가뭄’을 호소하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중에 자금이 쏟아지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자금이 1,100조원을 넘을 정도로 유동성이 넘쳐나지만 정작 자금이 절박한 영세 중소기업으로는 돈이 흘러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소진공·중소기업진흥공단·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 중소기업 정책금융기관들이 신용등급을 주요 지표로 삼아 지원 여부를 판단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의원실로부터 단독 입수한 ‘소상공인 정책자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집행한 정책자금 4만3,229건 중 개인 신용등급 1~3등급의 소상공인이 받은 건수는 2만9,379건(67.9%)에 달했다. 반면 6~10등급 소상공인이 받은 건수는 총 2,279건으로 5.2% 수준이었으며 9~10등급의 소상공인 중 정책자금을 받은 건수는 1건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책자금 운용기관들이 회수 성공률에 집착하면서 ‘우등생에게만 정책자금이 쏠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담보나 매출 위주로 정책자금을 운용할 경우 지원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회생 가능성이 없음에도 정책자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해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시키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위원은 “기존의 담보나 매출액 중심의 자금집행 관행에서 벗어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지식재산권(IP) 보유 수준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야 제대로 된 ‘옥석 가리기’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