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지 샷 하는 박민지
요즘 투어 프로들 사이에서는 더 많은 웨지를 골프백에 넣는 것이 유행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는 피칭웨지를 제외하고도 4개의 웨지를 사용하는 선수가 있을 정도다. 거리, 라이(볼이 놓인 상태), 홀까지 장애물의 유무 등에 따라 다양한 로프트의 클럽을 선택해 쇼트게임의 정교함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다.
국내 여자프로골프에서도 ‘웨지 세분화’ 유행이 나타나고 있음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에서 확인됐다. 26일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이 이 대회 출전선수 108명의 골프백을 조사한 결과 평균 웨지 수는 2.67개(이하 피칭웨지 제외)였다. 10명 중 거의 8명이 3개의 웨지를 조합하는 꼴이다. 수년 전만 해도 2개가 주류를 이뤘지만 서서히 웨지를 추가하는 경향이 커지더니 이제는 일반적인 현상이 된 분위기다.
선수들이 더 많은 웨지를 담는 이유는 쇼트게임 실력이 성적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KL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는 모두 19명. 이 가운데 18명의 선수가 3개의 웨지를 사용한다는 점은 쇼트게임의 중요성을 증명하고 있다.
웨지 추가는 플레이 스타일과 상관없이 발견되는 ‘대세’라는 점이 특징이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 아이언 샷 정확도 등과 무관하게 대다수 선수가 웨지 세분화를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쇼트게임 능력 바로미터인 리커버리율(그린을 놓치고 파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비율) 1위(69.8%)인 박민지(20·NH투자증권)는 핑골프 글라이드2.0 모델 50·54·58도 등 웨지가 3개다. KLPGA 투어 최장타자로 올 시즌 드라이버 샷 거리 1위(258.9야드)를 달리는 김아림(23·SBI저축은행)도 타이틀리스트 SM7 모델의 로프트 50·52·58도 등 웨지 3개를 쓰고 있다. 장타 부문 3위(254.8816야드)인 김지영(22·SK네트웍스)도 50·54·58도를 사용한다.
일찌감치 웨지 조합에 관심이 컸던 배선우(24·삼천리)는 2013년 정규투어에 데뷔할 때부터 3개의 웨지를 사용했다. 배선우는 “롱게임에 자신 있기 때문에 쇼트게임을 세분화해서 공략하는 전략을 세운 결과였다”며 “당시에는 거의 모든 선수가 2개의 웨지를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3개가 주류다. 그만큼 선수들이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 못지 않게 쇼트게임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샷 거리 향상을 위해 피칭웨지의 로프트를 낮게 만드는 제조업체들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타이틀리스트의 관계자는 “과거 48도가 표준이던 피칭웨지의 로프트가 43~45도로 낮아지고 있다”면서 “그 때문에 기존 피칭웨지의 거리 공백을 메우기 위해 48~50도 웨지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추어 골퍼들 역시 이런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투어 사용률이 높은 타이틀리스트·캘러웨이·스릭슨 등 3개 브랜드가 지원하는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로프트 조합은 50·54·58도, 그다음은 48·52·58도로 나타났다.
/서귀포=류시환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기자 soonsoo8790@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