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美, 1600㎞ 초장거리 대포..다련장·순항미사일도 多 바꾼다

<61> 미 육군 포병전력, 55년 만에 대변혁 
美, 中·러 겨냥 '다영역작전' 위해
차대부터 포신·포탄 등 개량 총력
사거리 크게 늘리고 화력 끌어올려
2020년대 후반 신무기체계 갖출듯

미 육군 최신형 자주포인 M109A7팔라딘. 원형이 나온 지는 55년 됐지만 꾸준한 개량으로 일선을 지키고 있다. A7 사양부터는 M2 브래들리의 차체와 포탑을 결합한 게 특징이다. 미 육군은 M109A7 자주포의 39구경장 포신을 떼어내고 52구경장, 55구경장, 58구경장 포신을 결합해 테스트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육군 포병이 면모를 일신한다. 기존 자주포와 포탄 개량에서 사거리 1,600㎞에 이르는 초장거리 대포 개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 등 굵직굵직한 전력 증강 사업이 대기하고 있다. 자주포 포신 개량만 떼어놓고 보면 55년 만의 대변혁이다. 미 육군의 변신 노력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이후 미군의 주 전장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사막이나 산악지대. 미군이 이라크 등지의 늪에 빠져 있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재래식 군비를 가다듬었다. 복수의 적과 여러 상황에서 맞붙을 수 있는 ‘다영역작전(Multi Domain Operation) 환경’에서 더 이상 포병 화력 전력 강화를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마크 밀리 미 육군참모총장이 지난해에 언급한 포병 화력 정예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분위기다.




◇ 끈질기게 살아남은 M109, 대폭 개량 추진
=미 육군이 현재 사용하는 M109 시리즈가 처음 나온 시기는 1963년. 물론 그동안 꾸준한 개량을 거치며 M109 A7까지 등장했다. 가장 최신형인 M109 A7의 가장 큰 식별점은 차체. M2 브래들리 전투장갑차의 차대를 썼다. 임무 컴퓨터와 송수신장비들까지 개량해 “더 이상 M109 시리즈를 고칠 수는 없다”는 일부 평가도 나왔지만 미군은 이를 또 개량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포신 교체가 유력하다. 현재 구경장 39(포신의 길이와 포구 지름 간 배율)인 포신을 58구경장으로 변경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의 K9이나 독일의 PzH2000 등 세계 일류급 자주곡사포의 52구경장 화포보다 길다.

◇58구경장에 사거리 연장탄 조합으로 사거리 130㎞ 넘봐=현재 미 육군 포병 화력의 중추인 M109 자주곡사포의 최대 사거리는 3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이나마 사거리연장탄을 사용했을 경우다. 미 육군은 자주포 포신을 늘리고 보다 진전된 연장탄을 사용하면 사거리를 최대 7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탄에 가속장치로 램제트 엔진을 달면 사거리는 130㎞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탄두 부분을 지능화할 경우 자주포에서 쏘는 포탄은 단순한 포탄이 아니라 초정밀미사일과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 육군이 다련장 로켓 발사대(MLRS)에서 발사되는 애이태킴스 미사일. 미 육군은 사거리를 두 배가량 늘리고 정확도까지 높인 후속 모델을 채택할 예정이다.

◇다련장로켓 사거리도 150㎞까지 증대=현재 미군이 운용하는 다련장로켓 발사대(MLRS)에 장착되는 로켓의 사거리는 70㎞ 수준이지만 오는 2020년부터는 150㎞로 늘어난 개량형을 쓸 수 있게 된다. 다련장에 로켓과 조합으로 탑재되는 에이태킴스 미사일의 사거리도 지금의 300㎞에서 499㎞까지 늘릴 생각이다. 더욱이 사거리를 더욱 늘릴 수도 있다. 미국과 소련이 1987년 체결한 중거리핵전력포기협정에 따라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생산과 실험·배치를 금지하는 조항에 영향받아 공표 사거리를 500㎞로 조절할 가능성이 짙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며칠 동안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미 육군에 채워진 족쇄를 풀고 마음껏 기술을 동원해 장거리 투사 무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사거리 1,000㎞ 전략형 전술무기, 2020년대 후반 등장=미 육군은 다영역에서 적을 선제 공격하는 용도로 장거리전략대포 연구에도 일찌감치 들어섰다. 하지만 공기의 저항이나 중력을 이겨낼 대포를 제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초장거리전략대포의 형태와 작동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초장거리대포는 기존의 M109자주포보다 규모와 포신과 포구의 직경이 다소 늘어날 것이라는 소식만 들었다. 2,253㎞의 사거리를 가진 극초음속미사일도 주목할 대상이다. 사정거리가 1,000㎞를 넘어가는 2종의 신무기 체계는 늦어도 2020년대 후반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술부대에 배치될 이들 무기는 전략형 전술무기로 다영역 전투에서 선제공격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러시아 견제 군사적 긴장 점증 우려=미 육군 포병이 일대 혁신을 추진하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직접 겨루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다른 해양세력의 접근을 막기 위해 채택한 ‘반접근지역거부전략(A2AD)’이나 러시아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S-500방공망도 미 육군의 이 같은 포병 화력이라면 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의 INF 탈퇴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중국 간에 서로 물고 물리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무기 개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보다 짙어졌다고 할 수 있다.

육상의 이동형 거포로는 유일하게 실전 기록을 가진 카를구스타프 열차포를 아돌프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 독일 수뇌부가 지켜보고 있다.

나치 독일, 구경 800㎜ 거포 실전 운용

불 박사 ‘빅바빌론’ 개발하다 암살당해



◇낯설지 않는 초장거리 대포=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은 1865년에 발표된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소설에서 거대한 대포로 로켓을 발사해 달을 여행하는 모습을 그렸다. 나폴레옹 전쟁 직후 러시아는 실전에서 써보지도 못한 초대형 화포를 제작한 적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구경이 800㎜에 이르는 거포를 제작해 실전에 몇 차례 사용했다. 미국도 구경 914㎜짜리 대구경 박격포를 개발했지만 실전에는 투입하지 않았다.

전후의 초장거리포 제작 스토리는 더욱 극적이다. 캐나다 태생인 제럴드 빈센트 불 박사가 주인공이다. 공기역학과 탄도의 움직임에 대한 천재성을 인정받아 미국으로 영입된 그는 대포 발사 우주운반체 실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1960년대 초에는 퇴역한 해군 전함에서 떼어낸 16인치 함포로 포탄을 160㎞ 상공으로 보내는 개가를 올렸다. 불 박사는 다른 연구로 미 해군 구축함 함포의 사거리를 늘리는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 비용을 대느라 연구예산 지원을 중단하며 불 박사는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세계 각국의 러브콜을 받은 그가 최종적으로 안착한 곳은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구경 1,000㎜에 2,100톤의 무게를 가진 빅바빌론 대포 개발에 나섰으나 한창 개발이 진행되던 1990년 괴한의 총을 맞아 죽었다. 이스라엘 첩보기관의 소행임이 유력하다는 정황은 많지만 물증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불 박사가 살았다면 우주대포를 완성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전 기록이 있는 유일한 초대형 대포인 나치의 카를구스타프는 움직이려면 철도를 새로 깔아야 했고 조작 포병 250명, 철도관계자 2,500에 완편된 2개 대공포대대가 필요했다. 최대 사거리 47㎞였던 카를구스타프포는 낭비의 극치라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수백만마르크를 들이고 배치된 후 5년간 딱 25차례만 발사된 1,300톤짜리 비생산성의 극치’. 미국이 실험 중인 초장거리포가 이전의 한계를 극복할지 주목된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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