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뉴스] IBK '힙지로 맛집' 아시나요

을지로 본점직원 설문 '맛지도' 제작
'지역 맛집' 33곳 엄선 '상생' 주목


서울 을지로 일대는 낡은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으로 젊은 층 사이 ‘힙지로’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는 신흥 상권입니다. 낡은 인쇄소와 철공소 사이 숨어있는 맛집·찻집 등을 찾아 뒷골목 구석구석을 헤매는 2030도 부쩍 늘었습니다. 다만 최근 인파로 북적이는 가게 대다수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인기를 끈 곳이라는 건 조금 안타깝습니다. 1970년대 도심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을지로에는 맛의 달인으로 불리는 장인들의 노포(老鋪)나 자신만의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가게도 많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을지로의 터줏대감 IBK기업은행(024110)이 을지로 대표 맛집 33곳을 소개하는 ‘IBK사거리 맛지도’를 제작·배포하겠다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상생 활동으로 주목할 만합니다. 기업은행은 허울뿐인 맛집 소개에 그치지 않기 위해 기획부터 지도 제작까지 무려 3개월의 공을 들였습니다. 본점 근무직원 약 500여 명을 대상으로 추천을 받은 후 별도의 팀이 실제로 해당 가게를 방문,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33곳의 맛집을 엄선한 겁니다. 단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목적으로 한 활동이기에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1만원 이상의 고급 음식점은 명단에서 제외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 높은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라는 점에서 미쉐린 가이드의 ‘빕 구르망’ 과 비슷한 셈입니다.


제작된 지도는 을지로 맛집 탐방 초행인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로 가득합니다. 식당 상호와 전화번호는 물론이며 IBK사거리(을지로2가 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위치와 도보 거리, 추천 메뉴 및 가격도 상세히 표기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업은행 본점 직원들이 이름을 걸고 추천사를 냈다는 점에서 신뢰가 갑니다. 예컨대 인력개발부 김모 차장은 “부모님이 회사 근처로 오시면 항상 모시는 곳”이라는 말과 함께 칼국수·배추보쌈이 유명한 ‘대련집’을 추천합니다. 자금결제팀 장모 과장은 “자랑스러운 을지로 대표 노포 음식점으로 옛맛 그대로인 삼선짜장이 일품”이라는 추천사로 ‘오구반점’을 소개합니다.

기업은행은 29일부터 인근 직장인·시민들에게 맛집 지도를 배부하는 한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통한 온라인 홍보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사실 기업은행은 1968년 준공돼 50년째 을지로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행 본점이 ‘을지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합니다. IBK사거리 맛집 지도가 인기를 끈다면 IBK사거리라는 이름이 더 유명해지겠죠?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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