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전세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불리는 건 단연 ‘송파 헬리오시티’의 입주다.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이 단지는 총 9,510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로 지어져, 단지의 일부 물량만 풀려도 일대 전세시장을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는 예상이 올 초부터 제기됐다.
현재 다수의 시장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헬리오시티의 입주로 강남권 전세가격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9,510가구에 달하는 새 집에 누군가가 들어간다고 한다면 그만큼의 다른 집은 비워지고 또 다시 채워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현재 역전세난 등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송파권역과 광진구 등 인접 지역 전세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로 꼽히는 건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다. 특히 재개발 구역이 많은 강북권의 경우 이주 수요가 받쳐줘 전세가가 하락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업계에서 많다. 강남권에서도 지역 중개사들 중 일부는 재건축 이주 수요가 인해 전세가 하락을 방어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한다. 가락동의 한 중개사는 “현재 헬리오시티의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 중 신천동 일대의 재건축 이주수요가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책적 변수도 있다. 정부는 8·27 대책을 통해 서울에서 동작구, 동대문구 등을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했고, 9·13 대책에서 대출 및 세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이런 정부의 규제 강화에다 기존 재고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올라간 탓에 집을 사는 건 상당히 까다로워 졌다는 평가가 많다.
또 앞으로 금리 인상 등이 본격적으로 단행되면 금융 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대신 집값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일부에서 제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아파트 매입을 희망했던 세입자들이 기존 전세에서 눌러앉게 돼 전셋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책 변화로 인해 전세가가 들썩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 주간 단위 상승률은 9월 3주 0.09%까지 올랐지만 10월 3주 0.02%가 내려갔다.
다만 지방의 경우 전세가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공급물량도 적지 않은 데다 지방 경기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가치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방은 3개월 간 지난해보다 5.6% 늘어난 6만6,131가구가 입주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주, 대전 등 지방 광역시는 사정이 다르겠지만 입주 물량이 몰리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전세가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