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13.48% 떨어졌다. 최근 4주를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전세계 증시가 출렁였던 지난 2011년 8월(-21%)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이달 초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2,100선, 코스피 전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기술적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코스피가 급락을 거듭하며 2,100선이 무너지고 2,008.86까지 떨어지자 공포심이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코스피 PBR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0.8배) 수준에 좀더 가까워진 0.89배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어디까지 떨어질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지금까지의 예측마저 거의 틀린 탓에 새로 전망을 내놓기가 조심스럽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희망적인 전망도 없진 않다. 과거 급락장도 길어야 4주면 반등했다는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코스피가 4주 연속 10% 이상 급락했던 사례는 총 17번이다. 이후 4주, 길게는 12주 내로 대부분 반등에 성공했다. 외환위기 직후 코스피는 4주 동안 11.5%나 하락했지만 이후 4주간 다시 8.6%, 12주 동안 18% 가까이 반등했다. 정보기술(IT) 거품이 터졌던 2001년에도 코스피는 두 차례에 걸쳐 약 11%씩 떨어졌지만 다시 4주 후에는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에서 촉발된 지난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던 1997년 11월, 이후 부실 금융기관 통폐합 작업이 벌어졌던 1998년 6월 두 차례만이 예외로 꼽힌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총 17번의 사례에서 평균 17.3% 하락했고 이후 4주간 평균 6.3% 올랐으며, 12주 동안으로 넓혀 보면 9.9% 반등했다”며 “패닉 이후 시장은 대체로 기술적 반등 추세가 우세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했을 때 “지난 2001년 IT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전 세계적인 시스템 리스크가 아니라면 주가 하락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미국의 구조적 불확실성은 사실상 없다”며 “계속 비관하기엔 코스피가 잘 버텼고 조만간 변화의 계기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까지는 섣부른 기대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증시는 지난 26일에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73%, 나스닥 지수가 2.06% 하락하는 등 출렁임이 여전하다. 양호한 경제 지표, 기업 실적이라는 확실한 디딤돌이 없기 때문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앞으로의 이슈에 대한 우려가 높고 내년 기업 이익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강해 당분간 상승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언제라도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는 가격 수준이지만 미국 증시의 하락, 상승 동력 부재가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기대가 어렵다. 잔뜩 움츠린 외국인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달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외국인 수급 개선을 제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지금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이 이어지자 한국 기업들도 무역분쟁에 따른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며 “코스피 실적 전망 하향이 추가 조정을 불러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아예 “하락리스크가 더 큰 상황이며 섣부른 저가매수를 지양하라”고 못박기도 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