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코레일은 다음달 5일자로 2개월짜리 청년체험형 인턴 1,000명 채용을 위한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안내 분야 900명과 운전 분야 100명이다. 특이한 점은 역내 질서 유지와 시설물 안내 업무를 하는 고객안내 분야 900명을 주중반일제(553명)와 주말집중형(347명) 방식으로 뽑는다는 것이다. 반일제 인턴은 하루 근무가 무려 11개 조로 나뉘어 하루 4시간만 일한다. 주말집중형은 금요일 4시간과 주말 이틀간 8시간씩 일하는 형태다. 급여는 월 80만원이다. 정부가 청년들의 일자리 경험을 살려주기 위한 취지의 공공기관 청년체험형 인턴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단기 알바’와 다름없는 근무 형태다. 코레일 측은 “학교나 학원에 다니는 취업준비생은 8시간 일하기 어렵다는 점과 출퇴근 시간에 인력이 탄력적으로 더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뿐 고용인원을 부풀리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서류전형만으로 인턴 뽑겠다” … 면접 없는 묻지마 채용까지>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당장 눈앞의 고용지표를 좋게 만들려는 목적에서 비롯되다 보니 곳곳에서 무리한 방식의 채용이 벌어지고 있다. 일자리 쪼개기뿐 아니라 채용 방식도 ‘묻지 마 채용’과 다를 게 없는 수준이다. 코레일은 “지원 분야와 관련된 자격증을 계량화해 순위에 따라 합격자를 결정한다”고 하면서 지역별 선발인원의 1배수를 최종 합격시키겠다고 했다. 서류전형만으로 청년 인턴을 뽑겠다는 것이다. 기업체의 한 인사 담당자는 “아무리 인턴이라도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서류만으로 뽑는다는 것은 일반 사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년에게 일 경험을 축적해주겠다는 정부의 목적과 달리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듯한 엉터리 채용은 한국환경공단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 청년체험형 인턴 2명을 채용한 환경공단은 불과 2주 만에 지원 문턱을 확 낮춰 72명을 더 뽑겠다는 공고를 다시 냈다. 당초 공고에는 지원자격을 만 15세 이상 34세 이하인 고졸, 대학 재학생으로 제한했지만 이번에는 학력제한이 없고 나이가 유일한 지원자격이다. 지원 시 제출서류도 직전 채용 때는 응시원서와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최종학교 졸업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응시원서와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면 된다. 최소한의 증빙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지원자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블라인드 채용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고용 악화로 코너에 몰린 정부가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부처 간에는 타 부처의 일자리를 끌어다 뻥튀기하는 식의 행위도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부처의 고용실적을 끌어올려보려는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토교통 일자리 로드맵’을 분석한 결과 국토부는 오는 2022년까지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일자리 8,400개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의 채용인력은 880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