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에 틈 보여...남북·북미 속도 맞춰야"

美 대북전문가 조언
한반도 운전석 누가 앉는지 보다
한미관계라는 바퀴 축이 더 중요
文대통령, 北에 주고싶은것 많아
유엔·美 제재 어기는 사례 우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남북 및 북미 관계의 속도를 맞추지 않을 경우 비핵화 협상은 물론 한미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아 우려했다. 남북 교류 확대 속에 수차례 제기된 대북 제재 문제도 긴밀한 사전 조율이 더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각각 지난 15일과 16일(이상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이는 “워싱턴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한국 언론에서는 한반도 운전석에 누가 앉아 있나를 두고 어려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중요한 건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라는 두 바퀴를 묶는 축의 역할을 하는 한미관계”라며 “평화와 비핵화를 성취하는 도전 과제는 굉장히 어렵고 험한 일이어서 축이 튼튼하게 버텨줘야만 차가 중도에 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에 있어 운전자가 누구인가 하는 논쟁보다는 한미관계를 단단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지난 달 펼쳐진 상황들을 살펴보면 한미관계에 틈이 드러나고 있음이 감지됐다”며 “이를 잘 처리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제재와 남북군사합의서 문제에서 한미가 같은 페이지(page, 입장)에 있는지 눈여겨 봐야 한다”며 “남북 간에 조문 합의를 하기 전 한미 군 당국 간, 그리고 청와대와 미 카운터파트 간에 이뤄진 사전 조율의 수준에 다소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측에 많은 양보를 했지만 그 대가로 비핵화와 관련해 가시적 성과는 거의 얻지 못했다고 본다”며 “싱가포르나 판문점, 평양 합의문은 모호한 언어를 사용해서 북한이 해야 할 필요한 조치들을 담아내지 못했고, 비핵화 관련 용어들은 과거 문서들보다 더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북한에 주고 싶어하는 경제적 혜택 리스트를 이미 많이 갖고 있고, 그 내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결국 이렇게 되면 유엔제재안과 미국 법을 어기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의 대북 전문가 그룹 중 많은 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라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너무 자주 바뀐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또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문 대통령과 그의 노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상당수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매우 우려하거나 심지어 화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외교부공동취재단·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