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으면 항상 아시안게임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다르게 말할 수 있게 됐어요. 바로 오늘이라고.”
그동안 주변의 우승 기대에 묘한 미소만 보이던 박결(22·삼일제약). 그는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을 달성하고 나서야 “그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 노력했는데 속이 많이 상하더라”고 털어놓았다. “같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올라온 친구들 중에서 저만 우승이 없었거든요. 4년째 기대주로만 인터뷰했는데 이제 기대주가 아니라 우승자로 인터뷰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28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8타 차를 뒤집는 역전 드라마를 쓰며 우승컵에 입맞춤한 박결은 상금랭킹 25위에서 단숨에 13위(약 3억7,900만원)로 뛰어올랐다. 상금 10위와의 격차는 약 4,000만원. 시즌 최종전에서 상금 톱10 진입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도 생겼다. 다음은 박결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4년째 매번 기대주로 인터뷰를 했다. 이제 우승자로 인터뷰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내년 시즌에도 더 기대를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 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루키 시즌부터 너무 많이 주목받았다. 그 때문에 우승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 같다. 힘든 시기도 보냈다.
-상위권 선수들 중 유일하게 노 보기 플레이를 했는데.
△샷이면 샷, 퍼트면 퍼트 모든 게 완벽에 가깝게 떨어졌다. 아마 어제(27일)처럼 바람이 셌다면 6타를 줄여도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다. 바람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승부처는 어디였나.
△9번홀(파5)부터 느낌이 좋았다. 3번째 샷 때 실수가 나왔는데 운이 좋게 잘 튀어 핀 1m에 붙었다. 탭인 버디로 탄력을 받았다.
-일찍 경기를 마치고 우승 확정까지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
△오늘 좋은 플레이를 한 것만으로도 만족하려고 했다. 공동 선두인 것도 모르고 있었다. 대회장 식당에서 간단히 뭘 좀 먹으려고 했는데 캐디 오빠가 연습해야 한다고 해서 그제야 연장 가능성을 알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동안 준우승이 많았다.
△올해 S-OIL대회 때 선두로 마지막 날을 출발했다. 샷도 잘되고 기대를 해봤는데 이승현 언니가 너무 잘 쳐서 우승을 못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준우승이다.
-우승 확정 뒤 많이 울던데.
△동료인 정연주 언니가 먼저 울면서 안아주더라. 이때까지 있었던 일들이 그때 막 생각나 눈물이 났다. 정연주·김지현·이정민 언니가 누구보다 옆에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줬다.
-예쁜 외모로 주목을 많이 받아왔는데 그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나.
△“1등도 못 하는데 기사가 나온다”는 말이 아팠다. 이제 1승도 했으니까 기사가 나와도 당당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경제 클래식은 박결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골프 인생에서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시안게임 얘기를 했다. 이제 바로 오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행복한 한 해가 됐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