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송은석기자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의 개방사례를 보면 비즈니스맨보다 학자들이 더 빨리 움직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남북 경제협력에 앞서 북한이 어떤 시장경제 체제 모델을 따라갈지, 국제무대에 어떻게 설지 연구하고 남북 학자 간 교류도 늘려야 합니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최근 남북관계를 바라보며 30여년 전 한양대 재학 시절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옛소련 극동연구소와 비공개로 연 학술모임을 떠올렸다.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던 만큼 회의 개최는 철저히 숨겨졌다. 한양대 중소연구소와 소련과학원 극동연구소는 이를 계기로 교환연구원을 보내기 시작했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소련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고 1990년 한국과 공식 수교하면서 학계가 먼저 맺어둔 네트워크는 빛을 발해 한국 기업 진출의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이 원장은 북한과의 교류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올해에만도 남북 정상이 벌써 세 차례 만나는 등 급속히 평화 분위기가 퍼지며 물밑에서는 학자들 간 교류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옌볜대가 이달 중순 개최한 두만강포럼에는 북한에서 김일성대 부총장을 포함한 20여명이 참석했고 한국에서도 대학 총장급을 포함해 110여 명이 찾았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북한 참석자는 거의 없고 우리 측과 말도 안 섞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세미나와 식사 때마다 남북 인사들이 농담을 건넬 정도로 활발히 접촉했다”고 전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포럼의 주제는 주로 철학과 역사 등 인문학 위주였지만 이번에는 경제 분과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려 남북경협에 대한 각국 학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어떻게 자산가가 탄생하고 부를 축적하는지 등에 대한 연구는 러시아나 중국 등 과거 공산권 국가에 많이 축적된 만큼 이들 국가와의 학술교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원장은 “북한의 개방에 따라 법률과 교육 등 서비스 부문 수요가 많아질 텐데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미국이나 중국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