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디지털 금융 선점"…하나은행·네이버 '지분동맹'

계열사 '라인' 통해 유증 참여
하나銀 인니법인 '2대 주주'로
내년 인터넷은행 공조 가능성
"규제발목에 해외 선회" 관측도

네이버 일본 법인인 라인의 금융자회사 라인파이낸셜아시아가 KEB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EB하나은행인도네시아’ 지분 2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지난 26일 하나금융 명동 사옥에서 김정태(왼쪽 세번째) 하나금융 회장과 황인준(〃 네번째) 라인파이낸셜아시아 최고경영자(CEO)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모바일뱅킹 시장 확대를 놓고 KEB하나은행이 네이버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하나은행은 현지 대출 시장을 확대하고 네이버는 메신저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인의 시장점유율 확대한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일부에서는 하나은행과 네이버가 내년 초 본격화될 국내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를 놓고도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하나은행은 최근 네이버의 일본 법인인 라인의 금융자회사 라인파이낸셜아시아가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EB하나은행인도네시아’ 지분 2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인도네시아가 신주를 발행해 유상증자에 나서면 라인이 20%를 인수한다는 내용인데 구체적인 금액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계약으로 라인파이낸셜아시아는 하나은행인도네시아의 지분 20%을 가진 2대 주주로 오르게 된다.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 라인파이낸셜아시아가 주식대금을 납부하면 양사는 내년부터 디지털뱅크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고 라인 측은 인도네시아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어 양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백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어 대면 대출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모바일 기반의 비대면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도 일본이나 대만·태국 등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2~3위에 머물고 있어 점유율 확대가 절실하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 메신저 가입 고객이 4,800만명에 달하는 라인이 모바일뱅킹 사업을 위해 매력적이고 네이버 입장에서는 금융을 라인의 콘텐츠에 추가할 수 있어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오는 2025년까지 하나금융의 전체 이익 가운데 40% 이상을 글로벌 시장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며 “네이버와의 협력으로 굉장한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2억6,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1억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모바일뱅킹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과 라인은 공동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고객 선호도 조사 및 현지 시장 분석을 마친 결과 예금, 개인간거래(P2P)금융 등 소액대출 및 송금결제 서비스 등의 사업모델을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부에서는 네이버가 검색 시장에서 유튜브 등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돼 글로벌 모바일뱅킹 등 수익 다변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동남아시아 결제 빅데이터 확보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주나 유럽 등 선진국 결제 정보는 이미 아마존 등이 확보해놓고 있지만 동남아 지역 결제 정보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국내 행정규제와 정치적 불투명성으로 인해 국내 핀테크(기술과 금융 결합) 시장 진출이 어렵게 되자 일본과 동남아 국가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정부와 국회가 입법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줬지만 여전히 산업자본은 1대 주주가 되지 못해 기존의 은행계 금융사들보다 발 빠른 의사결정이나 과감한 투자를 하기 어려운데다 정치권에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최고경영자(CEO)를 국회로 불러내는 리스크를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CEO들이 수시로 국회에 불려가는 상황인데 소비자 보호나 대출금리 등이 이슈인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며 “결제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규제나 정치적 환경이 워낙 거칠어 국내 투자 결정을 머뭇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혁·민병권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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