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29일 코웨이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자리한 웅진씽크빅 직원들이 그룹의 사업 방향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어수선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를 신호탄으로 사업 재편에 돌입한다. 웅진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결단을 바탕으로 그룹 모태인 출판 사업과 사세 확장의 일등공신인 렌털 사업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기로 했다. 특히 무리한 사업 확장이 그룹 전체의 발목을 잡았던 아픈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선택과 집중’으로 제2의 도약을 모색한다는 각오다. 업계에서는 웅진이 30대 그룹 반열에 올랐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 원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절치부심 끝에 코웨이 인수에 전력투구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윤 회장은 29일 서울 종로플레이스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코웨이를 매각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재인수를 희망했고 드디어 오늘에서야 결실을 보게 됐다”며 감회에 젖은 듯 운을 뗐다. 윤 회장은 “코웨이는 고객을 대면하는 코디라는 좋은 시스템과 680만개의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생활과 관련한 많은 제품군으로 확장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자 한다”며 “TV와 냉장고·가구 등 집에서 쓰는 모든 것이 빌려 쓰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몸담았던 렌털 사업에 남은 생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웨이가 웅진이 기존에 보유한 웅진렌탈·웅진씽크빅(095720)과 방문 판매라는 채널이 유사한 만큼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사업 확장 계획에 대해서는 “가정의 실생활과 연결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며 선을 그었다.
웅진그룹은 1인 가구 증가 등에 힘입어 국내 렌털 시장 규모가 매년 10%씩 성장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해 인수 금융 과정에서 조달한 재무적투자자(FI) 자금 등을 연 7~8%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는 코웨이 매출을 기반으로 갚아나간다는 구상이다.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가 완료되는 시점인 내년 3월까지 일부 그룹 계열사의 매각과 웅진씽크빅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4,000억원)을 동원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펼치는 웅진에너지(103130)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 매각을 완료하고 워터파크인 웅진플레이도시도 추가 매각해 코웨이 인수를 비롯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금조달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웅진홀딩스와 웅진씽크빅·웅진코웨이의 삼각편대를 이뤄 안정적인 현금 창출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지용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은 “코웨이 지분 약 22%는 경영권 방어에 호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지주사와 씽크빅·코웨이로 집중해 해당 회사의 지분율을 높이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내가 가장 잘 알고, 좋아하며,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규정한 출판과 렌털 분야를 제외한 사업군은 순차적으로 정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웅진그룹은 산하에 계열사 13곳을 거느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웅진그룹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간 거래가 갑작스럽게 성사되면서 웅진그룹이 실사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불과 1~2주 전만 해도 MBK파트너스는 코웨이를 웅진그룹에 매각할 계획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웅진그룹 측은 코웨이 사업모델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회사인 만큼 재무제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예비적 실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본 실사를 진행하면서 세부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윤 회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015년 현금 흐름이 양호한 웅진씽크빅과 웅진코웨이에서 극동건설·서울상호저축은행 등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도록 한 1,000억원 규모의 배임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으로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1심에서는 징역 4년형을 받았던 윤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형은 2015년 12월22일을 기준으로 5년 뒤에 끝난다. 아직까지 집행유예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윤 회장이 빠른 속도로 사세를 확대하면서 예전처럼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 렌털 시장은 웅진 등 중견기업 외에도 LG전자·SK매직과 같은 대기업도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된 상황이다. 1인 가구의 렌털 시장 유입에 기대가 높다고 해도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말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웅진그룹은 말레이시아 등 해외 사업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입장이다. 윤 회장은 내수 시장의 한계에 대한 대책으로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국내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며 “코웨이는 한국이 IMF 영향을 받을 때 탄생한 기업으로 경기가 어려워도 영향이 별로 없는 사업인 만큼 앞으로 더욱 (매출 등 성과가) 좋은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