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광물자원개발(DMR) 융합연구단장은 “북한이 완전 오픈하기 시작하고 호주·미국·캐나다 등 세계 굴지의 광업회사들이 들어가면 우리 몫이 없어질 수 있다”며 “그 이전에 남북한 간의 별도 합의를 통해 우리끼리 할 수 있는 부분을 확보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단장은 그 예로 “남북이 조인트벤처로 국가 주도형 광산개발을 일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남북 협력사업을 위해서도 사전에 북한 광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전 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 역시 국제입찰을 통한 북한 광물시장 개방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가 유리한 유치를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남한의 기업이 세계 유수의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보다 자본과 기술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남한 내 몇 안 되는 광산마저도 현재 외국 기업이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광산개발에 있어 우리 기업은 대부분 지분 참여뿐이고 운영권자로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상황이 이러한데 만약 북한의 광산개발을 남한이 운영권을 가지고 한들 전문인력이 없는데 제대로 개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김두열 산업통상자원부 광물자원팀 서기관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남북 자원협력은 우리가 선점하는 개념으로 남북관계 중심으로 생각했던 경향이 있었다”며 “지금은 북한이 다시 폐쇄국가가 되지 않도록 북한의 개혁·개방을 도와준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만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기구·미국·중국·유럽·러시아 등 다 함께 진출하자는 것이다. 단천 지하자원개발 특구 사업의 경우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와 다른 나라들도 함께 참여하는 시범사업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김 서기관은 “우리가 북한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 순간 문을 닫으면 투자했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날린다”고 덧붙였다. 황의덕 한국광업협회 상근부회장 역시 “북한은 투자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미·중·러·일 등과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은 “북한 광물자원을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국제적으로 안전장치를 가지고 함께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창도 포스코 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도 개방 초기에는 투자하려는 곳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화교자본이 많이 들어갔다”며 “남북은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우리도 화교자본처럼 남들이 꺼릴 때 과감히 북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의식기자 정두환 선임기자miracl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