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한민국 올해의 중소기업] 총성 없는 생존 전쟁...투자·신기술로 정면돌파

경쟁자 넘치는 산업 전쟁터서
신재생·리프트 시장 등 개척
'파워 中企'로 거침없이 질주



성실하게 기업 활동만 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만들기만 하면 잘 팔리던 시절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대한민국에 그런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요는 제한적인데 경쟁자는 넘쳐나는, 글자 그대로 전쟁터가 되면서 기업들은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 마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고지전과도 같다. 수없이 많은 포탄을 주고받는 동안 언덕은 고지의 기능을 상실하고,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언덕을 향해 돌진해야 하는 것이 우리 중소기업의 현주소다.


해상풍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람종합건설의 시작은 미약했다.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뛰어든 시장이 바로 태양광 발전. 그곳 역시 기라성 같은 장수들의 각축장이었다. 우람종합건설은 자신만의 비밀병기로 승부를 걸었다. 바로 지역주민과의 상생이었다. 주민들이 조합을 설립해 지분을 갖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업 방식을 통해 경쟁사와 다른 차별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뜻밖의 기회는 바다에서 찾아왔다. 태양광발전의 경험을 토대로 풍력발전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 해상풍력이 가능한 부지를 물색하던 중 시장이 간과한 중요한 사실을 찾아냈다. 대형바지선이 접근할 수 없는 근해에만 인허가가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의 특성을 간과한 채 해외의 사례들만 적용한 결과였다. 어느 누구도 보지 않은 기회를 포착한 우람종합건설은 승승장구할 수 있었고,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들과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건설용 카 리프트를 생산하는 동국종합산업도 비슷한 경우다.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고지를 선점한 덕분이다. 신기술 지정까지 획득한 이 회사의 ‘와이어 리빙’ 방식은 사실 오래 전부터 엘리베이터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건설용으로는 훨씬 단순하고 경제적인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굴착 현장이 점차 깊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최대 하중 45톤에 분당 100m 이상을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기술을 선점하지 않으면 당장 5년 후, 10년 후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안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고,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은 현재 포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홀로 남겨진 상황. 하지만 아무리 힘겨워도 고개를 들고 멀리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활로를 찾고 또 고지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아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대한민국 올해의 중소기업들처럼 말이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busi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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