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무역전쟁 담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양국의 힘겨루기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좀처럼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자 양국 정상 간 무역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준비 중이라고 압박하는가 하면 시진핑 주석의 핵심 경제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해 신생 중국 반도체 업체에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중국은 최근 중일 정상회담 등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리는 한편 미국산 화학제품에 반덤핑 판정을 내리는 등 반격을 이어가고 있다. 본격적인 협상에 앞선 팽팽한 기 싸움으로 무역협상 불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 관리들이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남은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한 관세 부과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오는 11월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께 열릴 예정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추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남은 중국산 수입품은 2,560억달러 규모다. 블룸버그는 정상 간 담판이 실패로 돌아가면 트럼프 정부가 12월 초 중국에 대한 4차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6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에 즈음한 내년 2월 초 관세를 발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을 향해 트럼프 정부가 최후통첩성 언론 플레이에 나선 것은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 측에 통 큰 양보를 압박하면서 일주일 남은 중간선거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중국은 미국의 시장개방 확대 요구나 지적재산권 등 기술 보호 방안 마련에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상무부도 이날 중국의 신설 D램 제조사인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한 미 기업들의 수출제한 조치를 발표하며 시 주석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반도체 산업을 정조준했다. 내년부터 D램 양산을 계획 중인 푸젠진화가 미국 기술에 토대를 두고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 향후 미국 기업이 이 회사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당국의 특별승인을 얻도록 한 것이다. 미 상무부는 “푸젠진화의 새로운 메모리 칩 능력은 미국의 군사 시스템용 칩 공급업체의 생존에 ‘심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하면서 “푸젠진화의 새 설비는 미국을 원산지로 하는 기술의 수혜자”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푸젠진화는 ‘중국제조 2025’ 정책의 핵심 중 하나로 이번 조치에 따라 미중 간에 새로운 긴장이 촉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압박에 중국도 대미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산 에탄올아민의 덤핑 행위가 중국 업계에 실질적 피해를 주고 있다”며 반덤핑 판정을 확정하고 향후 5년간 10.1~97.1%까지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미국산 요오드화수소산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도 확정한 바 있다. 인민일보는 이날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의 시장경제국 지위를 부인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미국이 주장하는 공정무역은 사실 무역전쟁을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뉴욕증시가 29일 큰 폭으로 하락 마감하자 이날 저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준비가 안 됐지만 우리가 중국과 위대한 합의를 이룰(make a great deal)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