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품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한국 음식이 이국적이고 독특한 맛 정도로 기억됐던 것에 비해 최근의 ‘K푸드(K-food)’ 열풍은 현지인의 입맛까지 바꿔놓았다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뜨겁다. ‘치맥’으로 대표되는 재미있는 음식 문화와 신뢰할 수 있는 품질, 최상급의 맛으로 식품 종주국을 위협하는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는 상황이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과일 과즙을 발효해 만든 ‘쁘띠첼 미초’는 차별화된 맛과 콘셉트로 식초 종주국인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가볍게 마시면 피부 건강까지 챙겨준다는 ‘K뷰티’ 음료로 주목받으며 지난 2012년 첫 수출을 시작한 지 6년 만인 올해 연 매출 300억원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국내 시장을 선도해온 치킨 프랜차이즈 ‘bhc 치킨’ 역시 치킨과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 문화를 앞세워 8월 미식의 천국 홍콩 몽콕에 첫 매장을 열었다. bhc는 현지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며 다양한 치킨 메뉴뿐 아니라 육개장 등 한국 전통의 외식 메뉴도 선보이며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2014년 빵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 그리고 숱한 베이커리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미국 시장에까지 진출하며 주목받았다. 특히 미국에서는 200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현재 5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오는 2020년까지 현지 매장을 35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대표 주류업체들은 세계 각지에 한국 술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에 진로포차 매장을 운영하고 세계 면세점에 참이슬 등을 입점시키는 등의 활약으로 ‘소주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2015년 490만달러였던 수출량이 2016년 600만달러, 2017년 880만달러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등 결실도 뚜렷하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현지 입맛에 맞춰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 ‘자두에이슬’ 등 리큐르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주류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안테나숍인 ‘처음처럼 펍’을 운영하는 등 한국 소주의 매력을 동남아시아에 알리고 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클럽파티를 진행하는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소주 ‘처음처럼’뿐 아니라 올 초부터는 맥주 ‘클라우드’ 수출도 시작했다. 오비맥주도 세계 30여개국에 30여종 다양한 맥주 제품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해 한국 대표 맥주 기업으로서의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오비맥주는 ODM으로 몽골에 프리미엄 맥주 ‘카스’, 홍콩에 ‘블루걸’, 일본에 ‘구구또’ 등을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블루걸의 경우 홍콩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밖에도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20년 전 베트남을 시작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 총 3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슬람 율법상 돼지고기를 못 먹는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닭고기와 소고기를 활용한 메뉴로, 쌀을 많이 먹는 베트남에서는 쌀밥과 치킨을 결합한 세트 메뉴를 선보이는 등의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파고들어 현지 점유율 1위를 다투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거듭났다. 1974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동서식품의 프리마 역시 동남아시아·러시아·중앙아시아 20여개국을 잇는 ‘프리마 로드’를 개척하며 현지인들이 우유 대신 프리마를 사용하는 문화로까지 변모시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식품 시장은 국내의 약 38배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며 “내수 시장 한계에 봉착한 식품·외식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앞으로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