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얼어붙은 한일관계 풀 묘안이 필요한 때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피해를 배상하라는 우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춘식(94)씨를 포함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우리 국민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 법원의 판결도 국내에서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늦었지만 이번 판결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이 위안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강제징용 문제가 한국에서는 최종 결론이 났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일본이 강력히 반발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의 ‘양국 및 양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이미 끝난 얘기”라는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번 판결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가뜩이나 냉랭한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게 분명하다. 우리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한미공조에 이상기류가 감도는 미묘한 상황에서 한일관계마저 회복 불능이 된다면 북한 비핵화 문제는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일본은 우리와의 교역량이 다섯 번째로 많은 곳이자 한국의 부품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국가 간 약속을 깼다는 부담까지 감안하면 우리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실질적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후속대책을 세우되 한일관계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고 정상궤도로 돌아올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 난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자칫 북핵 문제는 물론 동북아 정세를 더 꼬이게 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양국 문제를 풀 묘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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