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 상표·디자인 포럼] "4차혁명으로 디자인도 대변혁…특허청, 제도 갖춰 성공 도울 것"

새로운 형태 디자인 전망 속
인공지능 등 시장 영향 논의

박원주 특허청장이 30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서울 국제상표·디자인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특허청

인공지능(AI)이 딥러닝으로 수만 여장의 작품을 학습한 후 그린 그림은 화가가 그린 그림과 동일한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데이터와 통계로 무장한 AI가 똑같은 형태의 작품을 무한대로 찍어 낸다면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집합체인 디자인은 계속해서 독립적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특허청은 30일 서울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국제상표협회(INTA)·한국상표디자인협회(KOTA)와 공동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브랜드와 디자인의 미래’를 주제로 서울 국제 상표·디자인 포럼을 개최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환영사에서 “4차 산업혁명은 상표·디자인 분야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고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이 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청장은 “AI가 창작한 디자인이 나오고 홀로렌즈 같은 물리적 형상은 없지만 디자인은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도 나올 것”이라며 “특허청은 4차 산업혁명이 성공적으로 꽃피우도록 제도적, 시스템적 기반을 갖추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민·관·학계 전문가들은 AI와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앞으로 상표와 디자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메리 데니슨 미국특허청(USPTO) 상표청장은 “상표·디자인은 인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데 앞으로 AI가 사람들의 구매 결정을 대체한다면 상표·디자인은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며 “4차산업 혁명 시대에 상표·디자인의 권리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린 쿨 유럽지식재산청(EUIPO)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특허청을 비롯한 지식재산권(IP)업계는 신기술을 배척하지 말고, 접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심사관과 출원인을 도와줄 수 있는, 기술과 인간이 공존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가 인간의 창의적 사고의 전유물인 상표·디자인의 희소성을 사라지게 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AIRI) 원장은 “얼마 전 AI가 그린 ‘에드몽 드 벨라미’라는 그림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5억원에 낙찰됐다”면서 “이 작품은 프랑스 청년 3명이 14~20세기 초상화 1만 5,000장을 러닝머신 기술로 AI에 학습시킨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김 원장은 “AI가 그림을 그릴 때 인간처럼 여러 감정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예술가의 작품 창작 과정을 완벽하게 모방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면서 “오리지널 작품을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는 AI가 등장함에 따라 노력과 희소성을 바탕으로 한 예술의 정의가 희미해지면 인간이 창작한 디자인의 권리도 덩달아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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