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성현(17) 학생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에게 자신이 만든 배지를 선물하고 있다./연합뉴스
“강제징용 사건을 접하고 너무 억울하고 분통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위안부와 달리 강제징용은 기부할 방법도 상징하는 물품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배지를 제작해 팔기 시작했죠.”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해 모금활동을 해 온 전성현(17) 학생이 사람들을 헤치고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 생존자인 이춘식(94) 할아버지에게 다가왔다. 전씨는 할아버지에게 5만원짜리가 빼곡히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 봉투에는 직접 만든 배지를 판 성금 100만원과 직접 쓴 편지가 들어있었다. 이씨는 “아이고 냅둬”라며 사양하다가 결국 “참말로 고맙고...”라며 성금과 편지를 받아들었다. 전씨는 이어 배지를 할아버지의 자켓에 달아드렸다. 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한 직후였다.
전씨는 2017년 초에 일제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대한민국 학생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배지를 제작했다고 한다. 그 같은 모금 활동 중 미국에 교환학생을 다녀왔는데, 미국에서도 친구들에게 배지를 계속 팔았다고 한다.
전성현(17) 학생의 가방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전달한 성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배지들과 세월호 노란리본이 달려있다./조권형기자
전씨가 제작한 배지는 두 가지로 ‘We’ll Fight&remember‘이란 문구과 눈물 흘리는 광산노동자가 새겨진 것과 구름 위로 노란 그믐달이 나와 있는 것이다. 전씨에게 배지의 의미를 묻자 “하나는 저희가 계속 싸우고 기억하겠다는 것이고, 하나는 어두운 상황에서도 달빛을 보며 희망 가졌을 징용자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만든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오늘 무사히 성금과 배지를 전달한 심경을 묻자 전씨는 “오늘 할아버지께 꼭 전달하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못 다가가고 있었다”며 “혹여나 드리지 못할까봐 엄청 떨렸다“고 웃으며 말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