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업계에서 ICO(Initial Coin Offering) 시장이 주춤해지면서 새로운 방식의 암호화폐 발행 및 투자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과연 이들 방식은 ICO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사진=셔터스톡]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 ICO를 넘어선 다양한 형태의 방식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다수 블록체인 기업들은 초기 자금 조달 방식으로 ICO를 선택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빠르게 다른 대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에쿼티 투자,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STO(Security Token offering), IBO (Initial Bounty Offering) 등이다.
ICO 시장은 성장 기대감으로 투자금이 몰리면서 크게 확장돼왔다. 실제로 2018년 1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ICO는 537건, 모집 금액은 137억 달러(약 15조 원)에 달했다. ICO 투자금액이 전세계 벤처캐피털(VC)의 투자금액보다 약 3.5배나 많았다.
ICO 시장이 크게 성장한 배경에는 ICO를 통해 공급된 암호화폐가 거래소 상장 이후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암호화폐 시장이 가치 하락을 지속하면서 ICO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투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ICO는 60% 이상이 상장 이후 최초 기준가 이하로 떨어졌다.
이처럼 ICO 시장은 암호화폐 가치하락과 함께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 대신 대안으로 에쿼티투자, IEO, STO 같은 새로운 형태의 투자 방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진 걸까? 기존 ICO 방식은 백서에 의존해서 투자가 이뤄졌다. 그 결과 토큰이 상장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해당 ICO가 사기로 판명될 수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ICO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토큰 분배 방식인 에쿼티 투자, IEO, STO, IBO, DAICO, SEICO 등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IEO는 암호화폐거래소가 직접 암호화폐 자금을 모집하고 공개까지 해주는 시스템이다. 기존 주식시장에선 증권거래소에 기업이 상장할 때 증권사가 주관사로 투자금 공모 및 상장 관련 업무를 해주지만, IEO는 암호화폐거래소가 주관사 업무와 화폐공개까지 원스톱으로 책임지는 방식이다.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ICO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거래소 상장을 확정하고 거래소가 책임지고 검증하기 때문에 ICO보다 신뢰할 수 있다. 또한 IEO는 토큰 배포 및 판매가 ICO 업체가 아닌 거래소를 통해 이뤄진다.
IEO의 장점은 ‘거래소가 직접 검증한다’는 측면에서 사기 범죄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검증된 주요 거래소에서 IEO를 진행하면 투자자는 비교적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여기서 IEO의 핵심 포인트는 거래소가 얼마나 IEO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체크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IEO는 거래소 자신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거래소가 철저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주식 권리를 토큰에 합친 개념이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ICO를 통해 발행되는 토큰은 유틸리티 토큰(Utility Token)이었다. 유틸리티 토큰은 특정한 토큰 생태계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권한만을 가진다. 토큰 발행회사에 대한 의결권이나 배당 청구 같은 권리는 없다. 따라서 ICO 프로젝트가 확실한 실물 서비스나 상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토큰의 가치는 없게 된다.
STO 방식으로 투자한 시큐리티 토큰은 토큰 발행사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된다. 일반적인 주식과 비슷한 개념으로 투자자는 보유한 시큐리티 토큰의 갯수에 따라 토큰 발행사가 창출한 이익의 일부를 배당받거나 발행사 경영권의 일부를 가질 수도 있다. STO는 투자자나 발행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자금 조달의 대안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선 시큐리티 토큰의 ICO 및 상장을 금지하고 있다. 발행사의 입장에선 경영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단점을 갖게 된다.
IBO(Initial Bounty Offering)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참여자에게 토큰을 대가(bounty)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개념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 플랫폼인 유캐시(U.CASH) 에서 처음 사용됐다. IBO 토큰의 종류로는 ▲일정 기간 동안만 분배되는 것 ▲소진 시 분배가 중단되는 것 ▲무제한적으로 분배되는 것 등이 있다. IBO는 토큰을 분배하고 생태계 성장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얼마 전 일본 라인이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 ‘링크’의 분배가 이 IBO 방식에 해당된다. 라인은 링크 토큰과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링크체인’을 공개하고, 기존 암호화폐와 다르게 자금조달 목적의 ICO를 하지 않고, 링크 토큰 분배를 라인 생태계 내 특정 서비스 이용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유저 보상(Reward)‘ 개념을 적용했다.
DAICO는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과 ICO의 합성어로 이더리움의 비탈릭 부테린이 제시한 모델이다. DAICO의 핵심 개념은 투자금을 한 번에 내지 않고 일정 기간에 걸쳐 ‘분납’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프로젝트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환급(Refund)도 받을 수 있다.
SEICO는 ‘Secured ICO’와 ‘Ensured ICO’를 결합한 형태다. Secured ICO는 토큰 일부만 우선 구매하고, 이후 토큰 가격이 상승하면 처음 조건으로 사는 방식이다. Ensured ICO는 ICO에 참여할 때 제공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면 차액을 돌려받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 업계에선 이제 ICO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방식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의 암호화폐 발행 및 투자방식은 발행회사와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성과 권한을 더욱더 요구하고 있으며, 투자자는 다양한 형태의 손실 방지 대책을 보장받을 수 있다. ICO가 에쿼티 투자 성격을 띠면서 결국엔 크립토펀드가 벤처캐피탈(VC)의 역할을 대체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