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경남 거제에서 20대 남성이 5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사망하게 한 사건의 목격자라고 주장하는 시민이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용의자를 잡고 신고했으며, 경찰은 20분 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또 용의자 가족들이 파출소에서 “내 아들이 그랬다는 증거 있냐”며 화를 냈다고도 주장했다.
목격자 A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지난달 4일 새벽 2시 30분경 A씨와 친구들은 거제시 한 크루즈 선착장 인근 길가를 지나고 있었다. 그는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체구가 작은 여성 한명을 길에서 끌고가는 모습을 보고 차를 세웠다. 친구 둘은 경찰과 119에 신고하고, 본인은 범인과 마주했다.
차에서 내린 A씨는 경찰에 “사람을 죽인 범인을 목격했는데 때려서라도 제압하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용의자는 “형님들 제가 경찰입니다. 그냥 가세요”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나이를 묻는 A씨의 말에 “나 21살, 그냥 꺼지세요”라고 받아쳤다. A씨는 용의자를 발로 넘어트린 뒤 경찰이 올 때까지 붙잡고 있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는 얼굴 형체가 없었고, 하의는 벗겨진 상태였다. 범인 신발은 피범벅이었다. 용의자와 함께 파출소로 이동한 이후 찾아온 그의 가족들은 “자기 아들이 그랬냐는 증거 있냐고, 그럴리 없다고, 조사 똑바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경찰과 언론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범인을 왜 이리 심하게 때렸냐’는 말이 오갔다. 세상이 이런 나쁜놈을 잡아도 그냥 대충 넘기려는 경찰의 모습에 화가 났다”며 “범인이 우리에게 잡히고도 피해자 폭행을 이어갔다니 그런소리 하지 마라. 내가 때린 것으로 사건을 숨기려 하지 말고 국민들 안심 제대로 시켜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거제 살인사건’의 용의자 B씨는 만취한 상태에서 크루즈 선착장 인근 길가를 배회하던 피해자 C(58·여)씨의 얼굴과 복부 등을 20여분간 폭행해 숨지게 만들었다. C씨는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애원했으나 폭행은 계속됐고, 이를 목격한 A씨 일행에게 제압돼 경찰에 인계됐다.
자칫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현장에서 붙잡고도 폭행으로 처벌받을 뻔한 상황은 용의자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일단락됐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일행이 B씨를 붙잡아두는 과정에서 물리력이 동원돼 B씨가 이들을 폭행 혐의로 고소할 수도 있었다”며 “B씨가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해 목격자들이 처벌받을 일은 없게 됐다”고 전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