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가 지난 22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지방경찰청에서 열렸다./연합뉴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골프장 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강원 경찰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강원랜드 내부 고발로 제기된 이 사건은 국민권익위 검토를 거쳐 지난 3월 말 경찰에 수사가 의뢰됐지만, 이후 7개월이 지나도록 ‘내사 종결이냐’, ‘정식 수사 전환이냐’에 대한 결론조차 나오고 있지 않다. 이에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로부터 “7개월째 내사만 하고 있다”며 무능 수사를 강하게 비판받기도 했다. 다만 경찰을 질타하는 여야의 입장은 엇갈렸다. 여당이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내사에서 정식 수사로의 전환을 요구한 반면 야당은 위반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시간 끌지 말고 내사를 종결할 것을 촉구했다. 경찰이 어떠한 결론을 내린다 해도 여야로부터 모두 ‘정치 경찰’이라는 격렬한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찰이 진작에 고민하지 않고 신속하게 조사에 나섰다면 최소한 ‘눈치 보기’ 수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골프 접대 의혹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8월 강원랜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프로암 대회로, 당시 김 위원장을 비롯한 초청 인사 108명의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취지에서 내사가 시작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초청 인사들의 김영란법 위반 대상 여부, 대회 성격상 골프 접대로 볼 수 있는지 여부, 가액 100만원 초과 여부 등이다. 이중 경찰은 김 위원장이 당시 교수 신분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대상이라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린 상황이다. 이는 지난 22일 강원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김원준 강원경찰청장이 이 같은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한편 프로 골퍼와 외부 인사가 초청 형식으로 참가해 열리는 프로암 대회는 일반적인 골프 라운딩과는 다른 성격이라는 의견도 있어, 이를 놓고 경찰은 해외 사례 등을 조사해 접대에 해당하는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프로암 대회에 참가한 36개 팀 중 21번째 조에서 라운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원랜드 측이 프로암 대회 초청자 선정에 앞서 김영란법 적용 여부를 검토했고 일부를 초청 대상에서 제외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프로암 대회도 사실상 접대에 해당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해당 논란의 마지막 쟁점이자 핵심 쟁점은 가액이다. 김영란법에선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와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프로암 대회를 주최한 강원랜드로부터 당시 예산내역서와 행사계획서 등의 자료를 받아 접대 가액 등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다만 1인당 접대 비용에 관한 의견이 계속 엇갈리거나 골프 라운딩 이후 식사 참석 여부와 기념품을 받았는지 여부를 묻는 등 각양각색의 의견이 혼재하고 있어 경찰은 수사에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7개월째 내사를 벌이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경찰은 지난 1일 비공개로 ‘법률자문회의’를 열어 각계 의견을 경청했다. 경찰은 법률자문회의에서 제시된 의견을 적극 반영해 빠른 시일 내에 내사를 종결할지, 정식 수사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7개월간 시간을 끈 무능 수사로 일관한 경찰이 이번에는 여야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책임의 무게를 덜고자 법률자문회의를 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수사 의뢰된 2명 이외에 대회 참가자 108명 전원을 대상으로 위반 여부를 확인하다 보니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접대 가액의 책정 등을 놓고 논란이 많다 보니 각계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지 눈치 보기는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