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건설투자 감소는 우리 경제성장률을 깎아 먹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 시기에 건설경기를 끌어올려 경제를 떠받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건설이 경기 하락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0.6%에 그친 지난 3·4분기 경제성장률에 건설업 성장기여도는 -0.3%포인트였다. 건설업 부진이 성장률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건설업 생산 증가율은 -5.3%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4분기 이후 20여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양이 지연되고 연쇄적으로 착공까지 미뤄진 것이 건설투자 감소의 핵심 요인이다.
건설업은 수년간 경제성장을 이끄는 대표 산업이었다. 2016년만 해도 성장기여도가 매 분기 플러스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마이너스 폭이 최대 0.1%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2·4분기 들어 -0.2%포인트로 성장률을 까먹는 정도가 커지더니 3·4분기에는 -0.3%포인트까지 확대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 하반기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1.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22%포인트 하락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 하락은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내구재 판매 감소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2.2% 줄며 올해 들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특히 내구재 판매가 2016년 3·4분기(-8.3%) 이후 가장 큰 폭인 7.6% 감소하면서 전체 소매판매를 끌어내렸다. 내구재는 자동차·가전제품·가구같이 1년 이상 사용 가능한 값나가는 제품을 의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거래를 하고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주로 내구재 소비가 이뤄진다”면서 “부동산시장 위축이 소비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설투자 위축은 고용 축소로 이어져 소비 감소를 유발하기도 한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9월 현재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6만명이다. 2013부터 건설경기가 호황이었던 2017년까지 5년간 평균 취업자 수는 186만명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평균을 넘어서는 약 20만명을 과잉 고용인원으로 보고 있다. 건설투자 부진 효과가 실제 산업 현장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실직자가 대거 고용시장에 쏟아질 수 있고 이는 소비 위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건설산업연구원은 올 하반기 건설투자 1.3% 감소로 건설업뿐 아니라 전체 취업자 수를 2만4,000명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2만4,000명 중 기능직과 단순 노무직이 1만7,000명으로 70.8%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택 거래 위축은 부의 증대 효과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소비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거시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