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위치한 구글 지사 직원들이 직장 내 성희롱과 차별에 항의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타임스 업 테크(Time’s Up Tech)’
구글 직원 수천 명이 직장 내 성추행과 이를 비호한 회사 측의 대응에 분노해 1일(현지시간) 전 세계 곳곳에서 이 같은 문구를 내걸고 동맹파업을 벌였다. ‘타임스 업’은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구호로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업계도 이제 직장 내의 다양한 불평등을 해결할 때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례 없던 대규모 파업 시위가 구글을 넘어 실리콘밸리 기술자들의 집단행동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파업은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를 비롯해 뉴욕·런던·싱가포르·베를린·도쿄 등 전 세계 40여 지사에서 진행됐다. 파업 참가자들은 각 지사의 시간대별로 오전11시10분 회사 로비나 정문 앞으로 나와 ‘모든 직장 구성원을 위해 평등하게 작동하지 않는 작업장 문화’를 성토했다. 파업 주최 측은 성추행 문제에서 강요된 합의 철폐와 성별 임금 평등 등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구글 근로자들의 이번 파업은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고 거액의 퇴직 보상금까지 챙겨줬다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 이후 조직됐다. 순다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보도 직후 보상금을 챙겨준 적이 없다고 강변했으나 직원들의 분노가 커지자 “초기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날 구글 직원들의 동맹파업이 앞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미투’를 포함한 직장 내 평등과 사업장 문화 등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아마존 직원들이 안면인식 기술을 법 집행기관에 팔지 말라고 주장하는 등 IT 기업 직원들의 집단행동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지만 있지만 이번 구글 시위는 이전에 없던 규모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학자인 실비아 앤 휼렛은 “이번 파업은 사회 정의와 사업 윤리 문제로 가득 차 있다. ‘미투’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것의 확장”이라며 “또 다른 새로운 움직임의 시작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