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시험 '실무형 문제 도입' 놓고 변리사회-특허청 갈등 고조

변리사회 "특허청 소속 공무원 합격자 늘리기 꼼수" 주장에
특허청 "2014년 결정 4년 유예걸쳐 시행, 꼼수 아닌 업계 요구 반영"
5일 회의 열어 도입 여부 최종 결론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2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허청이 내년도 변리사 자격시험에 실무형 문제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변리사회

내년도 변리사 자격시험에 실무형 문제 도입을 놓고 대한변리사회와 시험 주관기관인 특허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변리사회 측은 이번 조치가 특허청 소속 공무원의 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는 반면 특허청은 업계의 변리사 실무 역량 강화 요구와 국내외 자격사 시험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예정대로 강행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지속 될 전망이다.

대한변리사회는 2일 오전 서울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변리사와 수험생들이 모인 가운데 ‘변리사 시험 제도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열고 특허청의 실무전형 도입에 강하게 반발했다.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실무전형 도입은 업계와 수험생들의 지속적인 반대는 물론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문제점을 지적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특허청은 내년 시행을 강행하고 있다”며 “변리사의 역량을 강화해야 할 특허청이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 식의 탁상행정으로 역량을 약화시키는데 열을 올리는 것은 결국 변리사 제도는 물론 우리나라 지식재산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리사회가 지적한 ‘실무형 문제’는 특허청·특허심판원·법원에 제출하는 각종 행정 서류를 직접 작성하는 형태의 문제다. 변리사 시험은 1차·2차로 나뉜다. 특허청은 내년 7월 치를 2차 시험에 특허법·상표법 두 과목에 각각 한 문제씩 실무형 문제를 출제할 방침이다. 그러나 변리사회는 실무형 문제 도입은 특허청 소속 공무원 출신 수험생에게만 유리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오 회장은 “실무전형은 지난 2000년 특허청 공무원의 변리사 자동자격이 폐지된 이후 특허청 공무원 출신 수험생들의 합력률을 높이기 위해 18년 간 꾸준히 진행돼 온 ‘변리사시험 농단의 결정판’”이라며 “소속 공무원의 시험 합격을 위해 시험 과목수를 줄이고 필수 과목을 없애오더니 급기야 점수를 높이기 위해 특허청 공무원에게 유리한 실무형 문제를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리사 자격제도는 변리사 시험과 현장실무 연수로 이원화돼 충분한 법리역량을 토대로 실무를 배워가도록 설계돼 있다”며 “하지만 특허청은 2015년 변리사법 개정 당시 현장 실무연수 기간을 기존 10개월에서 6개월로 대폭 단축시켰다”고 지적했다. 실무형 문제의 명분으로 내건 실무역량 강화는 허구라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험생 홍기석 씨도 “실무형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선 특허청이 운영하는 키프리스(KIPRIS)에서 자료를 찾아 봐야 하지만 방대한 양 때문에 수험생 혼자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사설 학원으로 가야 해 부담이 된다”고 호소했다. 홍 씨는 “변리사 시험에 실무형문제를 내는 것은 각종 문서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심사해 실무경험을 쌓는 특허청 공무원 수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1차 시험을 면제 받는 것도 일반 수험생 입장에선 지나친 특혜”라고 지적했다.

변리사회의 이런 주장에 대해 특허청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실무형 문제 일부 출제 방침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변리사제도개선위원회와 변리사시험제도개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이미 2014년에 결정됐고 수험생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4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청은 이미 발표한 로드맵에 따라 지난해 실무형 문제 공부방법과 예시문제 및 답안 등이 포함된 ‘실무형 문제 안내서’를 배포했다”며 “내년 7월 2차 시험의 응시 자격을 보유한 지난해 4월 1차 합격자와 올 4월 1차 합격자들이 실무형 문제를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철회하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어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허청은 현장 연수기간은 줄이고 실무형 문제를 내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변호사가 현장 경험도 없이 변리사 자격증을 자동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국회의 지적에 따라 변호사들도 일정 기간 현장 실무연수를 받아야 변리사 자격증이 나오는 쪽으로 제도를 바꿨다”며 “당시 적정 연수기간을 두고 변리사 업계는 2년, 변호사업계는 1~2개월을 주장하고 맞서다 국무조정실의 중재로 6개월이 최종 확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은 소속 공무원에 한해 1차 시험을 면제하는 것이 특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특허청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도 공무원들이 쌓은 전문 경력을 국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측면에서도 특정 분야 공무원의 일부 시험 면제는 합헌으로 결정한 판례가 있다”면서 “실무 전형이 도입돼도 시험 출제는 산업인력공단이 하고, 특허청은 전혀 개입할 수 없는 만큼 ‘제 식구 감싸기’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특허청은 오는 5일 ‘변리사자격·징계위원회’를 열고 실무형 문제 도입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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