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반토막...더 추운 중견·중소건설사

올 11월까지 공급계획 물량
16만가구서 7만가구로 급감
창원시는 내년까지 승인 막아
진주 업체는 연쇄부도 우려도
지역건설사 '이중고' 타격 커
고육책으로 '임대후 분양' 전환


“창원은 지자체가 내년까지 아예 신규 분양을 막아버린 상태입니다. 분양을 못하면 자금 회수를 할 수 없는데 직원들 월급은 어떻게 줄지 막막할 따름입니다.”(창원 소재 A 건설사 대표)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이 위축된 지방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고육지책으로 일반분양에서 ‘임대후 분양’으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중소·중견 업체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의 올 1~ 11월 회원사 아파트 분양 계획(계획 물량 기준)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지난해 회원사들의 1~11월 분양계획 물량은 16만 2,418가구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7만 7,446가구로 급감했다.

우선 창원지역 업체들은 분양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창원시가 최근 마산회원구·마산합포구·성산구에 대해 내년 12월 말까지 신규 아파트 사업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건설사들은 과도한 공급제한이 건설경기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항변한다.


지자체의 공급제한 조치가 아니더라도 창원시는 이미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주택보증공사(HUG)에서 분양보증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이미 공급제한 조치를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진주에서는 이미 한 중견 건설사가 유동성 위기로 부도처리 되면서 업계에서는 연쇄부도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8월 부도 처리된 흥한건설(시공능력평가 170위)은 상가 등의 미분양과 사천 지역의 아파트 중도금 회수 차질로 결제대금 약속어음을 처리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됐다. 특히 사천 지역의 아파트는 분양률이 70%대였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난 8·2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계약자들이 중도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해 150억 원 정도 중도금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분양을 미루거나 임대후 분양으로 전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는 정해진 일정기간(최장 8년)을 살아본 뒤 분양전환을 선택할 수 있는 아파트로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미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주시에 분양을 앞뒀던 원건설과 동아건설은 올 상반기 분양 예정 아파트를 임대 후 분양 전환으로 돌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최근 대출 규제 강화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세종 같은 곳은 괜찮은 편이지만 당진은 미분양 나오고 있고 환경이 안 좋으니까 올해 하반기 잡아놓은 분양 일정도 내년, 경우에 따라 내년 하반기로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공공사 수주가 크게 줄면서 지역 건설사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공공사 수주 감소가 대형 업체 보다 중견·중소 업체가 더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침체기로 들어서면 중견·중소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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