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치주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운 미국 기술주들이 변동성 장세에서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에서 애플은 2일 아이폰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해 6.63%(14.74달러) 급락한 207.4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 대표주자인 애플은 지난달 4일 227.99달러에서 한달 사이 20달러 넘게 떨어졌다. 구글 역시 10월 2일 1211.53달러에서 29일 1034.73달러로 떨어지는 등 FAANG주가는 10월 한 달새 평균 20% 내려갔다.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0월 들어서만 14%가량 하락했다. 기술주 비중이 낮은 다우지수는 지난달 0.8% 하락에 그쳐 기술주에 비해 크게 선방했다. 상황이 이렇자 FAANG주에 대한 버블 논란도 일고 있다.
국내 운용업계에서도 미 기술주에서 가치주로 투자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신한은행과 손잡고 최근 미 가치주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KINDEX 미국 Wide Moat 가치주 증권 상장지수 투자신탁(주식) ETF’를 내놓았다. 이는 미 가치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가치주 투자를 지향하는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을 담은 것으로 출시 전부터 입소문을 탔다. 실제 버핏이 말한 가치투자 철학을 녹인 지수인 ‘모닝스타 와이드 모트 포커스 프라이스 리턴 인덱스’를 토대로 투자 기업을 1차 스크린한 후 기업가치 대비 가격이 고평가된 기업은 제외한다. 이 ETF는 분기마다 한 번 기업 심사를 하는데 이번에는 FAANG주 중 구글·애플·넷플릭스는 가치 대비 버블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배제됐다. 대신 스타벅스, 바오오젠, 21세기 폭스사, P&G 등 변동성이 덜한 알짜주식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정성인 한국투신운용 팀장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지니면서 저평가된 기업들을 50여개로 추려서 지수화했다”며 “그중에서도 가치주에 방점을 두고 가치 대비 현재 가치가 저평가된 가치주 위주로 담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들도 미 가치주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미 성장주를 대표하는 러셀1000성장지수는 최근 1개월간 6.3% 떨어져 러셀1000가치지수보다 낙폭이 1%포인트가량 더 컸다”며 “운용업계가 기존에는 미 기술주에 의존했지만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과 함께 변동성 확대로 가치주를 담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을 지향하는 고액자산가일수록 미 증시에서 인터넷서비스 중심의 기술주 밸류에이션 논란으로 성장주보다 가치주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