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왼쪽) 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의 직접적 이유는 경제지표 악화와 두 사람 간의 갈등이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청와대와 부처, 어공(어쩌다 공무원·학계나 정치인 출신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행정고시 등을 통해 공직에 들어온 공무원) 간 갈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허리’인 중반을 책임질 ‘경제 투톱’에 어떤 사람이 와야 정권이 성공할 수 있을지 청와대, 부처 공무원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①‘늘공 VS 어공’ ‘靑 VS 부처’ 갈등구도 깨야=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8월 페이스북에 “(관료들이) 대통령의 말도 안 듣고 자료도 안 내놓으며 조직적 저항에 들어간 것 같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경제부총리와 장 실장 간의 갈등을 이야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더 큰 이야기를 했다. 그는 “단순히 청와대와 기재부 간 갈등이 아니라 청와대와 전 부처 사이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가 지시한 일을 그대로 실행했다는 이유로 선배들이 구속되거나 좌천되는 것을 지켜본 부처 공무원들이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겠다 싶은 안건은 뭉개고 있어 정책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어공은 참여정부 때 늘공에게 포획돼 실패했다는 인식이 강하고 늘공은 이번 정부만 별 탈 없이 흘려보내자는 생각이 있다”며 “경제 투톱은 둘 사이의 조화를 이뤄 정책이 청와대에서 일선 현장까지 제대로 집행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②규제개혁 총대 필요=문 대통령은 내부 회의에서 원격의료·공유경제 등에 대해 기득권을 깨고 신산업 도입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취지로 상당히 급진적인 발언을 많이 한다고 한다. 하지만 성과는 미진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권 출범 때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최근 정치권으로 돌아간 한 인사는 “청와대 참모 중 표 떨어지는 규제·구조개혁에 총대를 메는 사람이 없고 관료들은 복지부동으로 규제를 깰 의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선거에서의 ‘표’에 민감한 정치인 출신이 청와대 내에 대거 포진해 있고 관료들도 속성상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의 발언에도 성과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규제개혁을 통한 신산업 촉진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계속 정치권·이해당사자들을 만나 설득해 규제를 혁파해나갈 책임 있는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좌편향 벗어나 시장원리 존중해야=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을 2년 만에 30% 가까이 올리는 등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는 급진적인 정책이 다수 나와 문제가 생겼으므로 시장 경제를 존중하는 사람이 와야 한다는 조언도 다수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는 시장의 원리를 과소평가하고 편 가르기 식 경제관념을 갖고 있었으며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의 기를 꺾어왔다”며 “이를 반면교사 삼아 정책을 유턴할 인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의 상태를 보고 정책을 펴고 기업이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