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양철민기자
“화평법·화관법 등으로 화학업계 규제만 해놓고 최근 몇 년 간 진흥책은 보이지 않네요.”
지난달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화학산업의 날 행사장은 ‘축제의 장’이 아닌 ‘성토의 장’ 이었다. 올해 석유화학 제품 수출 연 500억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는 장밋빛 전망에도 행사장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내년 업황과 관련한 불안과 고민이 쏟아졌다.
한 석유화학업체 대표는 “미·중 간의 무역분쟁이 생각보다 장기화 되면서 최근 업황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20년 전 ‘IMF 사태’ 때 보다 힘들다는 말을 하며 컨틴전시 플랜을 상시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 정유화학업체 고위관계자는 “현재 청와대에서 사업을 해 본 사람이 있기는 하냐”며 “다운스트림 부분에서는 한국 업체 경쟁력이 높지 않은 편이라 무역분쟁과 고유가의 파고를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석유화학협회 측은 이 같은 업계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공식 행사 전 협회장단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약식 좌담회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성 장관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지금껏 화학산업의 날 행사에는 산자부 실장이나 차관 급이 참여하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10회째를 맞은 이날 행사의 상징적 의미 때문에 성 장관의 참가를 기대했다.
물론 대북 문제와 소득주도 성장 등에 바쁜 정부로서는 석유화학 업계까지 챙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지난달 4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9% 성장했다. ‘고점론’이 끊이지 않는 반도체나 무역분쟁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 구조조정 이슈가 끊이지 않는 조선업 등과 비교해 단단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국내 정유화학 업체들은 올 3·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2~80% 가량의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무역분쟁 여파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고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양산이 본격화 되는 내년은 보다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을 개별 기업이 이겨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기업들이 정부를 성토하면서도 정부만 바라보는 상황을 끝내려면 정부가 먼저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