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슬지제빵소는 2대가 운영하고 있는 조그마한 찐빵집입니다. 전통은 살리되 좋은,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혁신을 계속해오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00년 기업으로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빵집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갑철(63·사진) 슬지제빵소 대표는 지난 2일 ‘2018 소상공인 주간’에서 철탑산업훈장을 받고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번 수상으로 어깨가 무겁다고 느낀다. 우리 지역 공동체를 위해 더 열심히 살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산업훈장은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있는 자에게 정부에서 수여하는 훈장이다. 슬지제빵소는 2000년 전라북도 부안에서 ‘슬지네 안흥찐빵’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찐빵집으로 100% 국산 농산물로 만든 찐빵·쌀빵·팥라테·팥죽 등을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가 훈장을 받은 것은 우리 농산물로 만든 ‘오색찐빵’을 해외로 수출하며 국내 농산품의 가치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오색찐빵은 부안에서 나는 오디뽕으로 다섯 가지 색깔을 입힌 찐빵으로 2012년에 특허를 받기도 했다. 슬지제빵소는 오색찐빵을 일본·영국·캐나다 등에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달부터는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을 통해 전파를 타고 있다.
김 대표가 부안 오디뽕을 이용해 오색찐빵을 만든 것은 ‘우리의 좋은 먹거리’를 만드는 게 전통을 지키면서도 혁신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부안에서 나는 농산물로 저희 찐빵의 ‘옷’을 입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100% 우리 밀과 국산 팥을 써왔다”고 말했다.
슬지제빵소의 또 다른 특징은 농촌에서 사업을 하는 ‘가족기업’이라는 점이다. 2016년 슬지제빵소 2호점을 열면서 김 대표의 자녀들도 경영에 참여했다. 김 대표는 “같이 슬지제빵소를 경영하자고 했을 때 좋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느꼈다”면서도 “지금은 (자녀들과) 같이 경영하면서 보람도 있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도 더 많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김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에도 열심이다. 김 대표는 “우리 농산물과 저희 상품을 SNS를 통해 홍보하고 마케팅하고 있다”며 “제가 나이가 60이 넘었고 대학도 못 다녔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젊은 소상공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돈보다 ‘가치’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꿈을 잊어버리지 말고 내 것을 명품으로 만들고 가치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빨리 돈 벌 수 있는 것보다는 길게 장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도와줘야 농촌과 청년층이 상생하고 가족경영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요즘 젊은 친구들 중에 귀농했다 다시 상경하는 경우도 많다”며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거나 적응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