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버스는 우리나라 대중교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해진 노선에 갇혀 있다 보니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버스도 고객들이 모여서 원하는 노선과 시간을 정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한상우(44·사진) 위즈돔 대표는 4일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미국의 우버·중국 디디·싱가포르 그랩·인도의 올라까지 전 세계의 모빌리티(이동수단)는 지금 혁명 중에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업계의 반발과 규제 탓에 승차 공유를 기본으로 한 모빌리티의 발전 속도가 더뎠지만, 앞으로는 소비자 편의를 우선으로 한 ‘모빌리티 혁명’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대표는 국내 버스업계에서 이단아로 불린다. 미국 로스쿨을 졸업한 후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2009년 초중고 절친들과 함께 위즈돔을 설립했다. 2010년 세계 최초로 고객들이 직접 모여 노선을 정하는 ‘e버스’ 서비스를 론칭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버스업계의 반발과 불법 시비에 휘말려 1년도 안 돼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는 “매일 출퇴근 전쟁을 치르는 샐러리맨들이 회사와 집을 좀 더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e버스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수십 년 간 쌓인 기존 업계의 헤게모니를 스타트업이 한 번에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회고했다.
한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e버스’와 비슷한 유형의 사업 모델을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2009년 5월)를 찾아내 정부를 상대로 문제 제기를 했고, e버스의 혜택을 받았던 고객들도 함께 힘을 보탰다. 한 대표는 지역구 의원들의 도움으로 2011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이끌어냈고 위즈돔은 2013년 정부로부터 노선면허를 받은 모빌리티 1호 기업이 됐다. 현재는 SK·한화·CJ· 카카오그룹 등의 통근버스를 스마트화해 200여 대의 대형버스를 갖추고, ‘아이보스(AIBOS)’라는 버스 관제·관리·운영 사업도 시작했다.
한 대표는 “10년 전 ‘e버스’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집 주소, 직장주소, 이동시간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유사성이 높은 사람들을 그루핑(grouping)하고 노선을 설계하는 핵심 기술을 익혔다”면서 “그 과정에서 티맵의 관제기술을 이전 받고 수백 대를 운영하는 대기업 그룹사의 통근버스 시스템도 고도화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탑승자의 얼굴은 인식해 예약확인과 지불 결제까지 처리하는 기술 수준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위즈돔은 ‘한국스마트버스’라는 이름으로 전세버스 시장에도 진출, 업계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전세버스는 전국적으로 4만 5,000대가 등록돼 하루 500만명 이상의 여객을 수송하고 있다”면서 “통근·통학·관광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일감이 부족하고 공급이 넘쳐 저가 수주경쟁이 심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서비스의 질은 뒷전이고 툭하면 안전사고가 일어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 대표는 낙후된 전세버스 사업이 새로운 버스 모빌리티 혁명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노선버스는 노선에 갇혀 있지만 전세버스는 수요에 따라 노선도, 전세도 할 수 있다”며 “노선을 넘나들고 구역을 넘나들어 전국을 사업구역으로 할 수 있는 운수사업은 전세버스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전세버스는 1,700여개 업체가 난립해 대부분 영세하고 불법 지입 차량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신뢰할 만한 브랜드가 없고 기술을 이야기하는 회사가 없는 시장을 위즈돔이 장악해 가며 ‘한국형 우버 버스’를 실현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판교=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