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국 예외조치에 '배럴당 100弗' 가능성은 희박할 듯


5일 0시(미 동부 현지시각)를 기해 미국이 예고대로 세계 5대 원유 생산국인 이란에 대한 원유 금수조치를 복원하기로 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국제유가의 향방과 대(對)이란 제재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에 모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8개국에 대한 한시적 예외 조치에 더해 글로벌 원유 공급 호전 움직임으로 당초 우려대로 ‘배럴당 100달러’를 위협하는 고유가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본격적인 ‘엠바고(거래 금지)’ 시행으로 유가는 단기적으로 상승압박을 받으며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가 대(對)이란 원유제재를 확정하는 동시에 8개국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면서 지난 한 달간 내림세를 보인 유가는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은 5월 이후 이란의 최대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완전 차단하겠다고 줄곧 압박했지만 각국의 특수한 사정과 유가 등을 고려해 예외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8개국을 예외로 두면서 “우리가 이란핵 합의에서 탈퇴한 5월 수준으로 브렌트유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목표”라며 “이는 미국의 소비자 및 세계 경제에 유익할 뿐 아니라 이란이 원유로 올리는 수익도 늘릴 수 없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산 원유 수출 금지는 지난달 3일 브렌트유를 4년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85달러 넘게 밀어 올리며 국제석유시장을 흔들어 파괴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이란산 원유 금수 시행이 다시 유가 상승을 촉발하지 않도록 미리 예외국 지정 사실을 밝혔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유가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세계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 산유국들의 증산으로 최근 4주간 하락세를 지속했지만 원유 시장은 이란산 원유 금수로 중동의 긴장감이 고조돼 적지 않게 불안한 측면이 있다. 하루 38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는 이란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 직전 하루 250만배럴 이상 원유를 수출했는데 지난달 170만배럴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제재 초반 원유 공급이 급감해 혼란이 생기거나 이란의 도발이나 보복조치 등이 뒤따르면 유가가 단숨에 배럴당 80달러선을 재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다만 세계 석유 시장은 일찌감치 예상된 이란 금수조치보다 미중 무역전쟁과 공급 여력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미중정상회담에서 양국 무역분쟁에 돌파구가 마련되면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원유 공급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유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8월 생산량을 하루 1,100만배럴 이상으로 늘려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랐고 정국 혼란에 원유 생산이 급감했던 브라질도 공급량 증대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유가가 올해 말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기록한 뒤 2년 내 6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 전망과 달리 정치·외교적 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미국과 이란 관계의 개선은 쉽사리 예단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미국의 6일 중간선거 결과가 향후 이란 핵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이 터키의 자국 공관에서 피살된 사건이 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이 여전히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중국뿐 아니라 영국·독일·프랑스가 이란 핵합의에 남으면서 미국의 제재가 이란을 강화된 핵협정으로 조기에 이끌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