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서 있는 것조차 위태로워 보이던 ‘제3의 매력’ 이솜. 서강준과의 재회는 그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제3의 매력’(극본 박희권·박은영, 연출 표민수) 영재(이솜)가 변했다. 텅 빈 표정에선 그 어떤 생기도, 삶에 대한 의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재(양동근)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열기 전까지 뭐가 들어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지. 왜 거길 갔지. 왜 그 사람을 만났지. 이런 후회 해봐야 다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영재가 꺼내지 못한 어쩔 수 없는 초콜릿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남들이 “조실부모하고 할머니가 키우는 애. 할머니까지 돌아가시고, 오빠랑 단둘이 남은 불쌍한 애”라고 해도 영재는 상관없었다. 오빠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오빠 수재마저 사고로 다리를 잃고 스무 살의 나이로 영재는 가장이 되어야 했다. 평범하게 뛰어놀 시간도, 남들만큼 배워볼 기회도 없었던 영재에게 주어진 것은 ‘책임’뿐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솔직하고 당당한 영재지만 정작 본인의 사소한 감정, 아픈 상처는 잘 이야기하지 못했다. 준영과의 연애에서도.
“내 얘길 잘 못하겠더라. 오빠가 속상해할까 봐도 그렇고. 그게 습관이 됐나봐”라던 영재는 “그때그때 드는 사소한 감정”을 준영에게 이야기하지 못했고, 이는 두 사람 사이에 틈을 만들어버렸다. 결국, 좋아하는 감정보다 미안한 감정이 커졌을 때, 영재는 이별을 고했다. 결별 후, 경찰을 그만두고 떠났던 준영과 반대로 서울에 남아 일상을 보냈던 영재. “일하는 내가 좋아”라고 말할 정도로 일에 대한 욕심이 컸던 영재였기에,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서른둘의 영재는 낯설 만큼 달라져 있었다. 호철(민우혁)과의 마지막 식사 후 혼자 돌아온 휑한 집에는 젓가락도 없어 컵라면을 먹지 못했고, 장을 보러 가서도 바구니에 담은 건 인스턴트 식품과 술뿐이었다. 그렇게 혼자의 일상이 버거워 보이던 영재의 앞에 준영이 나타났다. “나 이혼했어”라는 말에 어떤 질문도 없이 “가서 밥이나 먹자”고 해준 준영. 그가 해준 따뜻한 음식에 “맛있다”며 미소 짓던 영재. 서른둘의 영재에게서 처음으로 본 따뜻한 미소였다.
준영과 영재의 인연의 끈은 힘든 시간을 견뎌왔던 영재의 삶을 어디로 이끌까.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