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주리주 공화당 선거 유세에서 폭스뉴스의 앵커 숀 해니티가 연설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두고 미국 폭스뉴스의 유명 앵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선거 유세 무대에 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앵커 본인은 우연한 기회였다고 주장했지만 현직 언론인의 선거 개입에 대한 언론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6일(현지시간) AP통신·CNN 등에 따르면 폭스뉴스의 앵커 숀 해니티는 지난 5일 밤 미주리 주 케이프 지라도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유세 현장을 찾았다. 그가 유세장에 간 표면적인 이유는 현장에서 취재하고 라이브쇼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해니티는 당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케이프 지라도에서 라이브쇼를 하고 유세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할 것”이라면서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대통령과 선거운동하는 무대에 오르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언론인으로 꼽히는 해니티는 그동안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해니티의 공언은 불과 몇 시간 뒤 거짓말이 됐다. 유세 연설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은 매우 특별하고 우리를 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일을 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했다”라며 폭스뉴스를 칭찬한 뒤 해니티를 무대 위로 부른 것이다. 대통령의 부름에 해니티는 곧장 연단에 올라 청중들을 향해 “그런데 뒤에 있는 저 사람들은 모두 가짜뉴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본떠 동료 언론인들을 공격했다. 당시 무대 뒤에 있던 취재진 중에는 당연히 폭스뉴스 기자들도 있었다.
트럼프 측이 유세에 앞서 해니티를 “특별 손님”으로 선전했다는 점에서 해니티의 ‘깜짝 등장’이 사전에 계획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해니티는 트위터를 통해 사전 계획설을 부인하면서 “대통령이 나를 무대에 초청해 몇 마디 할 기회를 줬을 때 나는 놀랐고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언론인이 대통령 주도 정치 유세에 동참해 연설까지 한 데 대해 다수의 폭스뉴스 기자들도 역겹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폭스뉴스의 한 고위 인사는 CNN에 “회사 전체에서 이건 선을 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고, 다른 폭스뉴스 인사도 “뼛속까지 짜증 난다. 너무나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