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개월 동안 ‘촛불 계엄’ 문건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군 합동수사단이 관련자 204명을 조사하고 기무사령부 등 90곳을 압수수색했지만 사실상 빈손으로 수사를 종료했다. 애초 ‘내란음모’라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며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수사를 지시한 사건이라는 점을 비춰볼 때 결과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초라하다는 지적이다.
계엄령 문건 의혹과 관련해 합수단은 7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기소중지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등 8명에 대해서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했다. 참고인 중지는 사건 관련자의 소재가 불분명해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수사를 중단하는 조치다.
합수단 관계자는 “계엄령 문건 작성 전모와 내란음모 등 범죄성립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 위해 문건 작성 지시자인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해야 하지만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참고인 중지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기무사령관은 지난해 12월13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합수단은 지난해 9월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여권 무효화 절차 및 인터폴 수배 요청을 하는 등 조 전 사령관의 신병 확보에 힘을 쏟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에 대해 ‘내란음모죄를 밝혀낸다’며 합수단이 거창하게 수사에 돌입한 데 반해 결과는 보잘것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수단은 7월26일 검찰 및 군 검사 15명과 수사관 22명 등 총 37명이 참여한 대규모 수사단으로 출범했다. 합수단은 4개월에 걸친 수사기간 동안 김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 전 장관 등 사건 관련자 총 204명을 조사하고 국방부, 기무사령부, 조 전 기무사령관 주거지 등 90개소를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이 기간 △계엄 문건의 작성 배경과 경위 △문건 작성 전후 준비행위 여부 △보고 및 조치상황 등에 대해 수사했다. 그러나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이 같은 수사는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실제 합수단 관계자는 이날 피의자들의 내란음모죄 적용 가능성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계엄령 문건 작성을 명령한 조 전 기무사령관이 무슨 의도로 시켰는지 들어봐야 한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합수단은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태스크포스(TF) 관련 공문을 기안한 기무사 장교 3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계엄령 문건이 키리졸브 연습기간에 훈련용으로 생산된 것처럼 훈련비밀 등재 공문을 기안했다. 이에 관여한 소강원 전 참모장과 기우진 전 5처장 등 3명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전직 기무사 참모장의 군형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도록 했다. 구홍모 전 수도방위사령관(현 육군참모차장)은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관여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수단은 7월6일 군인권센터가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을 공개하고 같은 달 10일 조 전 사령관 등을 내란음모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합수단은 향후 법무부·대검찰청·외교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조 전 사령관의 신병 확보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