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석유公, 美 이글포드 지분매각 스타트… 매각 주관사에 시티글로벌

가격 2조원대 전망.. 900%넘는 부채비율 줄이기 '청신호'


한국석유공사가 경영 정상화의 첫발을 디뎠다. 보유 자산 중 가장 ‘알짜’로 꼽히는 미국 셰일가스광구 이글포드의 지분 매각에 나섰다. 매각에 성공할 경우 900%를 넘어선 부채비율도 상당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달 이글포드 광구 지분 매각 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미국 텍사사주(州) 매버릭 분지에 위치한 이글포드는 매장량이 5억 배럴에 달하는 셰일가스 광구다. 석유공사가 2011년 미국 석유회사 아나다코(Anadarko)에서 지분 23.67%(1조7,400억원)를 인수했다. 2012년에는 국내 사모펀드(PEF)인 보고인베스트먼트(현 VIG파트너스)의 5,500억원 규모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국민연금 등이 지분 5%를 사들이기도 했다.


이글포드는 석유공사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알짜로 꼽히는 사업이다. 셰일가스 뿐만 아니라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도 같이 생산되는 곳으로 투자은행 업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국제유가가 30~40달러 선이었던 2016년 JB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 컨소시엄에 4,526억원 투자를 받았던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난해는 미국 에너지 기업 산체스가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존 1대 주주인 아나다코로의 지분을 23억달러(2조6,00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이번 석유공사의 이글포드 매각이 흥행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자원시장에 정통한 한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미국 쪽 바이어가 석유공사가 가지고 있는 이글포드 지분을 살 수 있는지 문의해 왔었다”며 “매각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가격이다. 석유공사가 보유한 이글포드 지분의 장부가격은 2017년 기준 1조4,572억원이다.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2016년 1,48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장부가치가 소폭 떨어졌다. 하지만 2017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80달러를 넘보는 수준까지 오른 만큼 당시 장부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적자를 보고 있는 광구도 팔릴 만큼 미국 셰일가스 시장은 뜨겁다”며 “지난해 흑자로 돌아선데다 유가도 많이 오른 만큼 이글포트 광구도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가 이글포드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할 경우 부채비율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석유공사의 자기자본은 1조8,527억원. 반면 부채총계는 17조3,910억원에 달한다.부채비율이 939%에 이른다. 1조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자기자본이 3조3,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나면서 부채비율도 500%대로 떨어뜨릴 수 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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